30대그룹 계열 상장기업 차입금 49조

실물경제 침체 여파가 확산되면서 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앞다퉈 전방위로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으나, 은행들도 대기업들의 대출수요를 감당치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전문 사이트 재벌닷컴이 조사한 결과 30대 그룹 계열 상장기업의 차입금은 지난 9월 말 현재 49조 6000여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보다 무려 58.7%가 급증한 것이다.

주요 그룹들의 부채비율도 높아져 한진그룹이 300% 이상으로 높아졌고, 동부와 동양, 현대 등의 부채비율도 200%를 넘어섰다.

30대 그룹의 건설 계열사가 막대한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보증을 섰던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부채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나빠진 것은 3분기까지 계속됐던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비롯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시중금리 인상, 자금시장 경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자금 사정이 악화되자 대기업들은 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은행도 연말까지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하는데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는 정부 압박 때문에 오히려 대기업 대출을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 건설업체는 저축은행으로까지 눈길을 돌리고 있으나,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대기업 자금 사정이 아직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으나,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한계 상황에 부닥친 것으로 보이고 경기둔화가 장기화되면 다른 대기업들로 자금난이 확산될 것으로 점쳐진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