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분양가 상한제는 포퓰리즘”

“지금은 전 세계적인 동시불황으로 비상 상황이므로 대책도 비상한 조치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참여정부 초기인 지난 2003년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최종찬 전 장관은 현 정부의 ‘녹색뉴딜’ 정책에 대해 “4대강 정비는 기본적으로 치수사업이므로 꼭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최 전 장관은 “우리가 그동안 치수사업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4~5년전 태풍 매미와 루사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작년에 태풍 피해가 없다보니 국민들이 이 문제를 잊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며 꼭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재직시절에도 치수를 강조했었다며 환경, 지방경제 살리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
“녹색성장 전략은 세계적인 추세로서 방향성 면에서는 합리적이다. 다만 구체적 사업별로 우선순위나 경제성 등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토목·건설 등에만 치우친 경기대책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기부양 측면뿐만 아니라 치수가 국가의 기본 책무라는 점에서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도로는 필요하고 치수는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건설이 과거보다 고용 유발효과가 다소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다른 분야에 비하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저소득층과 지방의 고용 확대에는 건설만한 게 없다는 것.

다만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 제고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교육, 인재양성 등에 대한 투자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다.

◇종부세는 너무 급진적 도입이 문제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와 관련, 그는 “전체 경제 상황에서 그것만 따로 살아나긴 어렵다”면서 “기본적으로 수급여건이 바뀌지 않으면 부동산경기도 살아날 수 없다. 아파트에 대한 총수요가 늘어야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수요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대책에 중점을 둬야 하며 이것이 경기진작책과 어우러지면 차츰 효과가 나타날 거라는 것.

그는 정부가 아직 폐지하지 않고 있는 분양가상한제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재직 중에도 ‘아파트 가격 안정에 일시적으로 심리적 영향을 줄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공급 위축으로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반대했었다. 가격이 오를 때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늘리는 정책이기 때문에 수급원리상 대책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부동산가격이 다 급등했는데 유독 한국만 이 제도를 도입했다”며 “그것도 정부가 아니라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밀어붙였는데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또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불합리한 정책을 정상화한다는 의미 뿐 아니라, 요즘은 워낙 주택수요가 없어 풀어줘도 집값이 올라갈 현실적 이유도 없으므로 지금이 폐지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역설했다.

종합부동산세 등에 대해서는 “보유세 인상이라는 취지 자체는 진일보한 것이었는데 너무 급진적이고 과격하게 도입한 게 문제였다”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너무 단기간에 예측가능성도 없이 세금을 대폭 올려버리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양도소득세 중과세도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한 측면이 있어 조세저항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분석한다.

분양가상한제와 아파트 원가공개 등에 반대한 그는 참여정부와는 코드가 맞지 않았다.
“공기업 개혁문제도 지난 정부에서 한 것이라곤 철도청을 공사화한 게 유일하다. 뜻은 있었지만 의지가 약했고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너무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분위기 호전되면 분양가 인하될 것
현재 진행중인 건설사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4대강 정비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에 신속히 퇴출기업을 가려내야 한다”며 “생존가능성이 없는 기업이 연명하게 되면 금융자금이 정작 필요한 곳에 가지 못하고, 옥석이 가려지지 않아 서로 믿을 수 없게 된다”고 촉구했다.

미분양 사태와 관련 “지방의 경우는 무모한 사업예측으로 수요에 비해 과잉공급을 한 게 사실이다. 실수요자보다는 대도시의 가수요에 기대 집을 지은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수도권은 항상 수요가 있는 지역으로 공급과잉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자구노력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워낙 시장이 나빠 깎아도 안 팔리기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호전되면 분양가 인하도 많이 나타날 것이지만 토지원가의 비중이 높아 많이 가격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는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요 진작 밖에 없다며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서민 실수요자에게는 국민주택기금 등의 재원을 확충, 구입자금을 정기저리로 대출해 주고 여유 계층의 투자목적 수요 진작을 위해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감면해 준다든지 ‘미분양펀드’ 등 매력적 상품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통대책에 대해서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기본 원칙으로 이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도로확충 등 공급대책 보다는 ITS(지능형 교통시스템) 개발 등으로 수요를 합리적으로 컨트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막힌 도로를 뚫으려 하는 게 아니라 지역별로 실시간으로 안 막히는 도로를 안내해줌으로써 교통량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투자”라고 설명한다.
세계적 IT강국인 우리나라는 기술력도 충분하고 돈도 훨씬 적게 드는 투자라는 얘기다.


<윤광원 기자 gwyoun@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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