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종택 주필

사람의 중요성은 굳이 말할 나위가 없다. 며느리, 사위를 맞이하는 데서부터 회사의 임직원채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화목가정과 회사 발전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물론 집안 배경, 재력, 화려한 스펙에 좌우돼선 안 된다. 공무원과 회사원의 경우 전문성, 성실성, 도덕성, 건강이 뒷받침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사람쓰기의 중요성이 이러할진대, 국사(國事)를 논하는 대의민주주의 ‘꽃’인 국회의원의 경우 더 말해 무엇하랴. 우리 사회와 국가의 현실을 생각할 때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3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일은 임기 4년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엄정하게 선출해야 할 당위가 있다. 그래서 묵자는 “뛰어난 인재를 잊고서 나라를 보존할 수 있었던 일은 일찍이 없었다(緩賢忘士 而能以其國存者 未曾有也).”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정치 공동체의 운명이 인재 활용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정치 분야를 비롯해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뛰어난 인물을 급하게 쓰고 인재를 가까이 하는 급현친사(急賢親士)에 신경 쓰지 않고 인물을 홀대하며 인재를 잊어버리는 완현망사에 빠져 있다면 그 조직에 미래는 없다.

윤상현 막말과 노골적인 '친박 편향’

여·야가 꼭 한 달 남은 20대 총선에 내보낼 자당 후보 공천에 막바지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잡음과 후유증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특히 집권여당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추태(醜態)도 이런 추태가 없다. 공천 살생부, 여론조사 문건 유출 등 각종 악재로 뒤숭숭했던 새누리당에 메가톤급 악재가 터졌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무성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공천배제를 촉구한 녹음파일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윤 의원은 현역 의원 40여명의 공천살생부 명단이 알려진 지난달 27일 지인과의 통화에서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버려 이 XX. (비박계)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라면서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려버리려 한 거여”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친박과 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의 시비비비를 탓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정치의 금도(襟度) 실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당의 당대표에 대한 증오서린 욕설과 폭언을 서슴없이 하는 데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 약속했고 당헌 당규에 상향식 공천을 명문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표까지도 ‘권력’에 의해 공천에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오만한 발언이 나온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심각한 것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정성·중립성 시비를 부를 정도로 처신을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엔 이 위원장이 청와대 입김에 휘둘려 박근혜 대통령 눈 밖에 난 비박계 인사들을 쳐내려 한다는 의구심이 파다하다. 이 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만났다는 설이 나돌고,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에 대한 조처가 미지근하다는 비판도 비등한다. 노골적인 친박 편향은 시정돼야 한다.

무늬만 개혁인 ‘김종인표 공천개혁’

야당도 그렇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정치를 운동권 방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친노(친노무현)패권을 청산하고 운동권식 정치문화를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러나 이 기준을 적용해 ‘김종인표 공천개혁’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무늬만 개혁’이라는 혹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잇단 막말 파문과 구설에 오른 의원 등이 공천에서 배제됐으나 친노·운동권 의원 다수가 살아남았다. 물론 친노·운동권이라고 해서 정치를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사사건건 편을 갈라 죽기 살기로 싸우는 투쟁의 정치문화를 이제 그만두라는 게 이 시대 유권자의 명령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제3의 정치세력을 표방했을 때 박수를 받았던 것도 이런 정서 때문이다.

국내외 난제가 산적해 있다.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으로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국회에 보낼 때이다.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여·야는 어떤 방식이라야 더 참신하고 역량 있는 사람을 공천할 수 있는가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정치의 선진화를 넘어 국정주도세력의 새 진용짜기 측면에서 중차대한 과정이 공천임을 재인식해야 할 때이다. 여·야 모두 계파나 실권자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넘어 합리적인 공천 결과를 내놓길 바란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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