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주근접 우수·잦은 열차 통과 불편 예상 '기대반 우려반'
주거취약계층 수익 고려치 않은 보증금 책정 '불만' 제기

▲ 창덕에버빌 19층 옥상에서 바라본 서울가좌 행복주택 사업지 전경. 열차가 행복주택 바로 옆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대학교와 밀집한 '대학생 특화 단지'로 조성돼 눈길을 끌고 있는 '서울가좌 행복주택'이 열차로 인한 소음과 진동 문제로 우려에 휩싸였다. 정부가 책정한 보증금 또한 대학생에겐 부담스럽단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토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행복주택인 서울가좌 행복주택은 도심지 철도부지를 활용해 시세대비 저렴하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가장 부합하는 곳으로 꼽힌다.

또, 명지대와 홍익대 연세대 등 대학교가 가까운 곳에 건설된 학주근접 단지로서 대학생 수요자에게 관심이 높다.

그러나 대다수 대학생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는 수입으론 3000만원대에 육박하는 보증금을 마련키엔 여전히 부담스럽단 인식이 우세하다.

더욱이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기 위해 철도 위에 건설되는 단지 여건상 철도로 인한 소음과 진동에 대한 보완책은 앞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하늘을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걷히고 모처럼 맑은 하늘이 화창한 14일 서울가좌 행복주택을 찾았다. 가좌역 2번 출구로 나오니 바로 공사장 휀스가 보였다. 건설 현장에서 들려오는 굉음을 따라가 보니 서울가좌 행복주택 현장을 알리는 알림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서울가좌 행복주택을 통과하는 열차는 하루 평균 400여대로, 5∼10여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사진=송호길 기자


◇ 하루 평균 열차 400여대 통과…단지 입지 고려해야

현장에 진입하자 골조공사를 마치고 내부 마감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최고 20층 높이의 3개동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공사장 작업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철로의 소음은 정신을 퍼뜩 차리게 했다.

서울가좌 행복주택은 철도부지에 건설된다는 점에서 소음과 진동에 자유로울 수 없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루 평균 400여대의 기차가 5∼10분 사이로 건물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에 따른 단점을 보완키 위해 철길 위에 인공데크를 조성해 소음과 진동을 저감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12m에 달하는 인공지반을 철로 옆에 올리고 이 위에 주택을 건설해 단점을 보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지 5층을 기준으로, 주택 내부에서 열차가 지나가는 소음이 적잖게 들려왔다. 수색차고지 행 기차는 속도를 줄인 채 운행하고 있어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이 외에 기차의 경우 매우 빠른 속도로 행복주택 사이를 통과하면서 소음을 유발하고 있었다.

더욱이 KTX의 경우는 가좌역을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철길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가 귓가를 강하게 때렸다.

이에 대해 이승주 LH 서울가좌 행복주택 소장은 "사전에 소음·진동 시뮬레이션을 시행했었고 5m 높이의 방음벽 설치로 소음을 줄이고, 방진패드 시공으로 진동을 저감시켰다"면서도 "행복주택 완공시 소음과 진동에 대한 영향평가를 재실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열차 운행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코레일 경의중앙선 공식시간표에 따르면, 가좌역을 기준으로 오전 5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2시 15분까지 열차가 운행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입주민들이 새벽부터 야심한 밤까지 열차소리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인근 풍림아파트에 거주중인 강 모씨(28)는 "단지 맞은편에 위치한 아파트에서도 미미하게 열차소리가 들리는데 철도부지에 있는 행복주택의 경우 소음과 진동에 대비한 안전설계를 시공해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위원은 "아직 우리 나라에선 철도부지에 단지를 건설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장·단점을 따지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며 "인공데크 조성과 방진패드 시공 등 열차에 의한 소음과 진동의 문제점을 보완키 위해 공법 및 시공은 알맞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 서울가좌 행복주택 단지 위치도. 자료=국토부

◇ 대학생, 3000만원대의 부담스런 주거비는 '고민거리'

서울가좌 행복주택은 전용 ▲16㎡ 290가구 ▲29㎡ 47가구 ▲36㎡ 25가구 총 362호의 규모로 공급된다.

공급대상별로는 ▲대학생 221가구 ▲사회초년생 40가구 ▲고령자 29가구 ▲주거급여수급자 36가구로 구성됐다.

특히, 인근 연세대와 명지대 등 여러 대학과 인접해 있는 만큼, 전가구의 절반 이상을 대학생에게 공급하는 '대학생 특화단지'로 조성돼 눈길을 끈다.

공급일정은 ▲접수기간 4.21∼25일 ▲당첨자 발표 6.15일 ▲입주 2017년 2월 예정이다.

보증금과 임대료는 대학생에게 대부분을 공급하는 16㎡ 원룸형의 경우 표준보증금 2737만원에 임대료는 10만 9000원이다. 전환보증금을 선택해 보증금을 537만원으로 줄이면 임대료가 18만 2330원으로 늘어나고, 보증금을 3437만원 넣으면 임대료는 7만 4000원까지 줄일 수 있다.

가좌역 인근 S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성산동 일대 전용 16㎡와 비슷한 평형대의 원룸형의 경우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는 30만∼40만원 수준이다"며 "임대조건을 변경해 보증금을 1000만원 올리면 월세를 5만원씩 줄일 수 있지만, 그래도 행복주택이 부담 없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단지 인근에 거주중인 K씨(26)는 "대학생의 경우 보증금의 최대 70%까지 대학생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충당할 수 있어 부담이 낮다"며 "보증금을 마련하면 저렴한 월세로 지낼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서울가좌 행복주택의 보증금 책정에 대해선 대학생 소득 수준과 비교해 생각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대학생들은 불만이 적잖은 상황이다.

동국대에 재학중인 송 모씨(21)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를 마련키에도 부담스러운데, 3000여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마련키엔 불가능하다"며 "한달에 30만원 중반대인 대학교 내 기숙사 또는 교육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기숙사 등을 알아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