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은 나라의 명운을 좌우한다. 통치력의 중요성이다. 예컨대 대통령의 지도력이 뛰어나 국민통합 속에 내치와 외교 모두 훌륭히 수행한다면 나라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대이기에 국민적 총의를 모으는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이 요청되는 이유이다.
소통·경제 챙기고 독선 버려야 할 박 대통령
이를 반영한 듯 여당 원로들인 상임고문단은 박 대통령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박 대통령이 앞장서 친박계 해체를 선언하라”,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이 있으니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당 원로들의 고언이 이 정도라면 시중 여론은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그렇다. 박 대통이 변해야 한다. 박 대통령 변화의 시작은 원로들 의견을 귀담아 국정 쇄신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방적 스타일은 버려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는 소통 미흡(20%)과 경제정책(15%), 독선·독단(12%) 순이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사명감’에만 매몰돼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 등 측근들 앞에서만 비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야당은 국정 발목 잡는 세력’, ‘당내 이견을 보인 이들은 배신자’로 매도하는 식으로 계속 하면 남은 임기는 국민 모두가 불행해 질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 국회는 다른 나라에서도 드물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이다.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1기 취임 이듬해인 2010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공화당에 내준 뒤 4년 뒤엔 상원 다수당마저 빼앗겼다. 잇단 선거 참패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제
선점과 소통 노력으로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잇 따라 성사시키며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했다. 임기말인 지금도 어떤 대선 주자들보다도 높은 지지율을 누리고 있다. 임기 중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개혁법안을 관철시키고 이란 핵 협상을 타결했으며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이뤄냈다. 하나같이 공화당이 강력하게 반대했던 쟁점들이다. 식사에 초대하고 전화통 붙잡고 설득하며, 함께 골프 치는 등 스킨십 정치로 거둔 성취다.
‘한비자(韓非子)’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더불어 동서양을 대표하는 통치술의 명저로 꼽힌다. 제대로 된 군주라면 법(法)·술(術)·세(勢)라는 세 가지 통치도구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한비자는 주문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규칙이며, ‘술’은 소통 능력, ‘세’는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일기를 일컫는다.
친박 2선 후퇴시키고 오바마 식 野 설득을
그렇다. 박 대통령은 변해야 한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 이들은 포용하는 ‘소통’과 ‘탕평인사’에 힘쓰길 기대하는 마음 크다. 박근혜 정부에는 “여우와 사자만 남았다”는 세간의 평도 있다. 강성 충성파보다 온건하고 국민친화적인 ‘소통파’를 두루 등용하라는 주문이다. 전제가 있다. 상명하달식 ‘수첩인사’, ‘만기친람’을 벗어나야 한다. 정치의 대상은 ‘신하’가 아니라 국민이기 때문이다.
‘도덕경’은 이렇게 경책하고 있다. “최고의 지도자는 있다는 존재만 느끼게 한다. 그다음은 친절해 칭찬받는 지도자다. 그다음은 그 앞에 서면 두렵게 만드는 지도자다. 그다음은 뒤돌아서서 욕하는 지도자다.(太上下知有之 其次親而譽之 其次畏之 其次侮之)” 박 대통령은 당장 원내대표와 당대표 선출을 앞둔 여당에서 친박의 2선 후퇴에 ‘동의’해야 한다. 야당 지도부와 수시로 만나 경제·민생 협조를 구하는 것도 급선무다. 이제라도 오바마 대통령을 벤치마킹하길 권한다. 국민 위한 변신은 ‘무죄’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