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판교' 명성…주택거래 한파

실물 경기 침체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기존에 살던 집을 팔거나 임대로 내주고 입주하려던 아파트 계약자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판교신도시 아파트의 입주율이 저조하다. 지난 2006년 분양당시 상상을 초월한 청약열기로 얻은 '로또 판교'의 명성은 온데간데 없다.

◈ "살던 집 안 팔려 입주도 못해"

판교신도시 입주예정자 안주영(38, 가명)는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3달 전에 집을 내놨으나 팔리질 않는다"며 "입주기한 내에 집이 안팔리면 빈 아파트 잔금 이자와 기본관리비는 물론 위약금까지 내야할 판'이라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판교입주조합상황실이 최근 입주가 진행중인 임대아파트와 일반 분양아파트 2개단지 842세대 입주예장자들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20%가 입주 마감일까지 입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상황실 관계자는 "입주할 수 없는 이유로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이 팔리거나 임대가 나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88%를 차지했고 나머지 12%는 교통과 상가등 편의시설 부족을 꼽았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입주 마감인 '부영사랑으로'와 '한성필하우스', 대광로제비앙 등 3개 단지는 지난 주말 현재 전체 896세대 가운데 149세대(16.6%)만 입주를 마친 상태다.

현재 입주가 진행중인 판교신도시 7개단지 3116세대의 입주율은 지난 주말까지 354세대(11.4%)로 최근 들어 경우 한 자릿수를 벗어났다.

이처럼 입주율이 저조하자 상가 분양도 제대로 되지 않아 단지 내 문을연 상가는 물론 주변에 대형쇼핑시설도 없다.

입주민들은 쇼핑몰이나 슈퍼에 가기 위해 서현역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커나, 다른 유료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 서울 노른자위 새 아파트 사정도 같아

서울 양천구 주상복합건물인 '목동 트라팰리스'의 경우 지난 1월 30일 입주가 시작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전체 522세대 가운데 125세대(24%)만이 입주를 끝냈다.

상가 분양이 진행중인 1층에서 8층까지지상건물 내 상가(연면적 26,400㎡) 도 텅텅 비어 있다. 상가 점포마다 '매매',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현장을 살피는 사람은 없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입주와 동시에 상가 분양이 시작됐지만 입주율이 저조한 데다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아 광고를 내는 등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까지 6개 공구 7385가구가 공급될 예정인 은평뉴타운2지구 중에서는 현대건설과 태영건설이 공동으로 지은 '박석고개 힐스테이트'가 지난 1월 22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2지구는 은평뉴타운 내에서도 입지가 좋다고 평가받는 곳이지만 3개 단지 1769세대중 394세대만 입주해 22.5%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13단지는 작년 말부터 입주가 시작돼 2월초가 입주 마감일이었으나, 입주율이 저조하자 마감일을 2월 26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입주 마감일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전체 162세대중 69세대(42.6%)만 입주를 마쳤다.

서초구 '반포자이'도 전체 3410세대의 입주 마감(2.27)이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입주 세대는 지난 주말 현재 1534세대(45%)에 불과한 실정이다.

입주율이 저조한 이들 아파트의 분양사무소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보통 입주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입주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입주 마감일까지는 거의 모든 세대가 입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지금의 상황은 예년과 다르다"며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아예 입주를 포기하고 새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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