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노조 반발 심해 입장차 못 좁혀 '총파업 예고'
전문가 "특성 고려한 기준 마련과 인사 문제 해결 우선"

▲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금융노조가 '9월 총파업'을 결의했다. 사진=일간투데이DB

<편집자주>

정부가 공공부문 핵심개혁과제 중 하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 직원들간의 경쟁관계를 조성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공공서비스의 질을 저해시킬 공산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오는 9월 노동계가 총파업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본지는 총 5회에 걸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의 배경과 장·단점, 산업별 도입 현황 및 문제점을 정리해 본다.

이번엔 4편으로 성과연봉제 도입률이 83%에 이르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상황을 들여다 봤다.

마지막 회에선 현재 노사갈등이 가장 첨예한 곳 중 하나인 금융권의 상황 진단과 함께 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정책을 바라보는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일간투데이 천동환 기자] 금융공공기관들은 유독 성과연봉제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노조의 반대가 극강으로 치닫고 있어 대화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성과연봉제의 필요성엔 일부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준비 부족엔 쓴 소리를 했다.


◇ 노조·정부 입장차 극명한 금융권

19일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9개 금융공공기관 중 금융위가 제시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곳은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3곳이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금융권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당국과 경영진의 도입 강행 움직임이 일면서 노조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금융위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타 분야 공공기관들과 비교해 금융권 기관들의 연봉수준이 너무 높단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321개 공공기관 중 예탁결제원(평균 1억 400만원)의 직원 연봉순위가 1위이고, 금융공공기관에서 가장 낮은 자산관리공사(평균 7900만원)도 전체 공공기관 순위에선 최상위권이다"고 말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결국 성과연봉제 도입을 통해 평균 연봉 수준을 낮추겠단 속내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융노조는 지난 14일 공공기관지부 위원장들의 삭발식까지 단행하며, 총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가 금융기관 경영자 협의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회에 성실교섭을 권고함에 따라 오는 23일 금융노조와 사용자협회간 산별교섭이 열릴 예정이다.

◇ 성과연봉제 필요하지만 '신중히'

전문가들도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이 합당한가를 두고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한양대 경영학부 유규창 교수는 "성과연봉제가 적합치 않은 기관은 없다"며 "일에 좀 더 집중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공공기관에 객관적 평가 기준을 어떻게 제시하겠냐"는 반대 측 질문엔 "최근엔 생산직이 많이 없어지면서 객관적 수치 평가가 불가능한 영역이 늘고 있다"며 "그것은 비단 공공기관의 문제만은 아니다"고 답했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단 의견도 나왔다.

고려대 경영학부 김선혁 교수는 "성과연봉제가 각 기업의 목표와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돼야 하는 것임을 고려했을 때, 공공기관에의 도입은 매우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며 "과거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대표적 기업들 중 일부가 이를 폐지했단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과연봉제는 시각적으로 눈에 띄기 쉽고 단기적 성과를 주목하게 된단 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가 더 중요한 조직엔 부적절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정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개인사업자 김 모씨는 "똑똑한 사람들이 안정적 조직에 목매 권리와 의무만 주장하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며 "밥그릇 싸움은 그만두고 다음세대를 위해 고민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IT업체에서 근무하는 이 모씨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시간에 비례한 업무실적을 평가할 수 있으며, 잉여인력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 정부의 '준비된 정책' 필요

한편,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가 안착하기 위해선 기관의 특성을 고려하는 한편, 구조적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려대 경영학부 김 교수는 "조직마다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성과연봉제는 모든 기관에 차별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조직별 차이와 상황 조건을 고려치 않은 획일화된 기준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양대 경영학부 유 교수는 "정부가 획일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맞지 않다"면서도 "현재 상황에선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더라도 우선 일괄 도입 후 추후에 조율해 나가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가 성과연봉제의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해 나가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며 "노사간 원활한 대화를 위해선 낙하산 인사를 없애고 경영자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등 구조적 문제의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부의 보다 신중하고, 준비된 정책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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