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김예람 기자

[일간투데이 김예람 기자] 구조조정을 이야기 할 땐 왜 항상 '칼'이 등장할까.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의 길을 걸어야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르고 쳐내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자르는 쪽과 잘림을 당해야 하는 쪽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안타깝게도 조직원들의 아픔이 클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 국내 조선 '빅3(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는 최근 채권단에 자구계획을 냈거나, 마무리 단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고 말한다.

해당 기업들은 인력감축과 자산매각, 사업장 폐쇄 등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사무직에 이어 생산직까지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삼성중공업은 1500여명 인력 감축과 도크 폐쇄를 자구안에 담았다. 또, 대우조선해양도 오는 2019년까지 2300여명 감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들은 노사합의를 거치지 않은 것들로 당장 밥숟가락을 뺏길 수 있는 노조원들의 반발이 강하게 일고 있다. 노조는 경영진에 합의가 전제된 자구안 마련을 요청하고 있지만, 사측은 구조조정의 열쇠를 쥔 채권단과의 협상을 이유로 노조의 협조만 구하고 있다. 결국 해당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사측의 일방적 계획 하에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조는 조선업의 위기 상황을 이해하고 한 때 고통분담에 나서기도 했지만, 사측엔 노조의 이런 노력을 감안할 만한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어 보인다. 제대로 된 팀워크는 위기가 닥쳤을 때 발휘되고, 힘든 여행을 함께 해봐야 그 사람의 진면모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조선업계가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인력감축 등 고강도 방법을 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노사합의를 위한 노력의 과정이 생략돼선 안 된다. 적어도 이번 위기를 넘어 다시 제대로 된 기업의 위상을 갖추겠단 의지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진짜 보물은 누구나 쉽게 걷지 못한 그 길 끝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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