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새누리당은 26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에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동국대학교 총장 등을 지낸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장관급)을 내정했다. 김 전 위원장이 혁신비대위원장을 수락하면서 20대 총선 참패 이후 40여 일간 지속돼온 새누리당의 지도부 공백 사태도 일단락되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사실 최근 새누리당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박(비박근혜)계를 대표한 김무성 전 대표, 친박(친박근혜)계를 대표한 최경환 의원이 24일 당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한 3자 회동이 그렇다. 3인은 이날 혁신비대위원장 영입에 성공할 경우 다음 주 초 의원총회를 개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전국위원회를 열어 추인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집권여당의 무기력증을 털어내고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본에 충실할 수 있을 지 주목됐다.

하지만 당의 ‘총의(總意)’를 묻지 않은 몇몇의 의견이라며 반발 기세가 작지 않다.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의원들은 비박·친박 수장인 김 전 대표, 최 의원과 정 원내대표의 3자 합의를 노골적으로 성토하고 있다. 세 사람이 당 수습을 위해 혁신형비대위를 구성하고, 비대위원장엔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는 사실을 소속 의원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들을 수 있었다며 ‘밀실합의’로 지칭, 1980∼1990년대 3김 시대에나 있을 행동이기에 대단히 어이없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당내 분위기가 이렇게 흐르면서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총선참패에 책임지고 백의종군해야 할 분들이 당의 혼란을 빌미로 해서 컴백하는 그런 계기로 악용했다”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당내 이 같은 반발은 일리 있다고 본다. 20대 총선 패배의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극심한 계파 갈등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계파 수장’ 회담에서 구당(救黨) 논의를 할 일은 아니다. 그러니 계파를 해체하겠다면서 계파를 더 강화시켜 준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새누리당 당원, 특히 중진들은 자신과 자파의 입지를 극대화하려는 행태를 지양, 당 전체의 미래를 생각해 국민이 부여한 집권당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길 기대한다. 안보·경제 이중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의 현실을 망각한, 집권당 역할과 책임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준엄한 경고를 이제라도 겸허히 받아들여 쇄신하고 혁신해야 한다. 그것이 민심이 새누리당에 던져준 지상과제이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민심의 명령을 제도 이행하는 집권당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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