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노조 반대에 법정공방까지 순탄치 않았던 합병의 길
IT시스템 합치며 '하나된 서비스' 가능…시너지 기대감↑

[일간투데이 천동환 기자] KEB하나은행의 구 외환·하나은행간 통합작업이 7부 능선을 넘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통합의 길이었지만, 단일화된 IT시스템 구축을 이뤄내면서 제대로된 합병체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무엇보다 고객들에게 진짜 통합은행의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6일 KEB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시작된 외환·하나은행간 IT시스템 통합작업이 7일 오전 6시 마무리 된다.

IT시스템 통합은 KEB하나은행에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기존의 통합이 제도적·외형적 과정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통합은행 서비스를 제공키 위한 기초작업이라 할 수 있다.

◇ '쉽지 않았던' 국내 최대 은행의 탄생

이번 단계에 이르기까지 KEB하나은행이 걸어 온 통합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 2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3조 9000억원에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당시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5년간 외환은행 독립경영 보장'을 골자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대로라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실질적 합병은 오는 2017년 2월에나 가능한 것이지만,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2014년 7월 돌연 조기통합을 추진했다. 은행의 대외환경과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합의서에 묶여 분리경영의 비효율성을 방치할 이유가 없단 판단 때문이었다.

외환은행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고, 법정공방까지 가는 노사간 줄다리기 속에서 합병작업은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외환 노조에 대한 김 회장의 끈질긴 설득 끝에 조기통합 추진 1년 만인 지난해 7월 13일 하나금융과 외환노조는 합병에 전격 합의하기에 이른다.

이후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지난해 9월 1일 통합 KEB하나은행이 출범했다. 자산규모 290조원의 국내 최대 은행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이 완전한 합병체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 지난해 9월 1일 구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은행인 KEB하나은행이 공식 출범했다. 이날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외부 현판 제막식에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앞줄 왼쪽 네번째)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왼쪽 세번째),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왼쪽 다섯번째),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왼쪽 두번째)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일간투데이DB


◇ '진짜 통합은행'은 이제부터

그 중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IT시스템 통합이 비로소 마무리단계에 이른 것이다. 시스템 통합 전 고객의 입장에선 사실상 KEB하나은행과 하나·외환은행이 공존하고 있는 형태였다. 고객들의 혼란과 불편도 불가피했다.

KEB하나은행은 이번 IT시스템 통합으로 옛 하나·외환은행 손님들이 KEB하나은행의 모든 영업점과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을 구분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고객들은 기존 통장과 계좌번호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하나·외환 합산 실적으로 잔액증명서 발급도 가능해 졌다. 또, 우대서비스도 합산된 실적을 기준으로 적용 받게 된다.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무통장·통장 출금 거래 비밀번호는 보안 강화차원에서 6자리로 변경된다. 단, 기존에 5자리 비밀번호를 사용하던 고객들은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 함께, 하나은행 고객과 외환은행 고객들 간 인터넷뱅킹 아이디가 겹치는 경우엔 두 고객 모두에게 아이디 변경을 요청 중이라고 KEB하나은행은 설명했다.

이밖에도 인터넷뱅킹 영역이 대폭 확대돼 다양한 PC운영체제(윈도우·Mac OS·리눅스)와 웹브라우저(인터넷 익스플로러·파이어폭스·크롬·사파리·오페라)에서의 이용이 가능해졌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이 전력을 다해 이번 전산 통합에 매진한 결과, 예상 일정에 맞춰 안정화된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손님들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KEB하나은행은 이번 통합 작업에 이은 후속 작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인터넷가입 서비스가 이달 중 시작되고, 전국 934개에 이르는 점포들의 간판교체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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