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림 시인

[일간투데이 김수영 기자]

어떤 그림

이우림


덕양보건소 뜰
목련나무는 금방 해산할 태세다
틈마다 젖살이 방긋하다

15도쯤 경사진 길을
바퀴 따라 끌려오는 유모차 할머니
엇박자 걸음마가 살갑다

유모차 가득 폐지들이 옹색하다
폐지 위에서 와락거리는 참새 떼들
영한 것들,

할머니가 방긋이 웃는다
할머니가 유모차를 멈추고
봉지를 턴다 낟알이 쏟아진다
참새들의 고갯짓이 바쁘다
“고놈들 잘도 먹는다”

할머니 참 부자다



■이우림
▲1995년 시와시인 등단
▲현) 고양시문인협회 회장
▲시집 '봉숭아꽃과 아주까리' '상형문자로 걷다' '허름한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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