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해외건설협회 이재균 회장

세계 금융위기가 지속되면서 건설업계가 나라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건설협회 수장을 맡은 이재균 회장<사진>으로부터 해외 건설 수주에 대한 전망과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본다.

“국토해양부 차관 시절 철도ㆍ도로ㆍ교통을 망라했고, SOC(사회간접자본)라는 게 공공ㆍ민간 부분 간 특별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협회 기존 임ㆍ직원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든든합니다.”

이 회장은 ‘해양통’이다. 1979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해운항만청, 해양수산부를 거쳐 국토해양부 차관을 역임하기까지 근 30여년을 해양 쪽에 몸담았다. 워낙 그 방면에 대한 경험이 많다보니 다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는 관료로서의 경험과 협회 임직원들의 전문성 등을 감안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건설부문도 발주가 축소되거나 지연되는 악영향을 받고 있다. 올들어 해외 수주금액이 8일 현재 85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중동에서 수주한 몇 몇 프로젝트의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나타나는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외국 투자자본으로 추진되던 두바이나 카자흐스탄의 부동산 부문은 타격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회장은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연초부터 해외 수주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 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높여 왔고, 전 세계 주요 발주처들도 우리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초래한 시장 불투명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경우 상황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 것.

그는 “지난 2003년 투자개발형 사업이 재개된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 해외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2008년 6.7%) 큰 타격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추진 중이거나 새로 계획하고 있던 프로젝트는 금융기관들의 투자심리 위축과 현지 여건 악화로 당분간 착수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당장의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시장개척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한다면 올해 목표인 400억 달러의 수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는 인프라 건설이 어느 정도 완료됐기 때문에 앞으로 건설업체의 해외시장 진출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라며 “이런 이유로 해외건설 수주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점에서 그는 “해외건설 시장다변화는 장기적으로 수주물량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 건설사들의 중동지역 수주 비중이 높은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이 회장은 과거 중동 건설 붐 이후 우리 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지 못한 주 요인도 중동지역을 대체할 새 시장 발굴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현재도 중동지역의 발주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이 지역이 여전히 우리기업의 주력시장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다행히 2007년부터 아시아 시장에서의 수주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금은 전체 수주의 30%를 넘을 정도로 비중이 커 졌다”고 설명한다.

또 “아프리카지역도 나이지리아와 함께 알제리, 앙골라 등에 진출이 이뤄지는 등 이제 우리 기업에게 또 하나의 주요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신시장 발굴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해외건설 시장다변화는 개별 기업의 힘 만으로는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가 개별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대표적인 예로 200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시장개척 지원사업의 규모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것. 기업의 입장에서는 초기 위험부담과 수주실패 확률이 높은 미개척 신시장에 대한 선투자 부담이 높은 실정이므로 이러한 시장에서의 수주활동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동 등 주요 지역에서의 국내 업체 간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익 폭이 크게 줄고 있는 점도 문제다. 그러나 이 회장은 “앞으로 무조건 수주를 하고 보자는 식의 출혈경쟁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쿠웨이트 등 중동시장에서 업체간 과당경쟁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으나 이는 1997년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건설업체들이 당시 유가 회복을 계기로 발주를 늘려가던 중동지역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유가 급등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오일머니가 쌓이면서 프로젝트 발주물량이 늘어났고, 또 국내 건설업체들도 그동안 각자 프로젝트 분야를 특화함으로써 과도한 경쟁이 심각한 문제로까지 제기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업체들도 이제는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프로젝트를 수주하지는 않고 있어 과거와 같이 손해가 예상되는 데도 무조건 수주하고 보자는 식의 출혈경쟁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회장은 중소업체나 엔지니어링업체들을 건실한 해외건설업체로 육성하기 위해 해외건설협회와 같은 전문기관이 고급정보를 제공하고, 개별 업체의 수준에 맞는 컨설팅을 통해 신규 진출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를 통해 신규 진출업체의 사업수행을 초기단계에서부터 지원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인해 사업이 교육과 상담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또 고급인력의 해외건설현장 근무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근로자 비과세 한도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급기술인력의 경우 해외근무에 따르는 인센티브가 적어 해외근무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 그는 선진국 수준으로 비과세한도를 확대하면 이런 현상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장은 또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가 해외건설 수주확대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수출입은행이나 수출보험공사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정부의 지원을 강조한다.

지난 2월 23일 협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은 앞으로 재임기간 중 역할에 대해 “경제위기 상황이 우리 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업체 보호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 말했다.

그는 “국내외 금융기관들의 자금경색으로 해외건설 보증발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회의 사업성평가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정부 및 국책금융기관과의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협회장으로서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노력에 힘쓸 것임을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선진국 업체들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금융동원능력 강화를 위해 2조원 규모의 인프라펀드 조성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할 생각도 비쳤다.

실제로 이 회장은 국토해양부에 재직 중이던 2007년 국내 물류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1조 3800억원 규모의 국제물류투자펀드를 출범시킨 경험이 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발전시켜 해외건설업체의 수주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금융동원능력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협회장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원사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는 것이었다. 책상 앞에서 일하기보다 현장 중심의 사업을 통해 업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 표출인 셈이다. 어려운 시기에 협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그가 임기 중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풀어 나갈 지 자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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