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검사장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태로 촉발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신설에 관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야3당은 이번 주 공수처 신설을 담은 법안을 공동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이지만, 전당대회에 나설 당권 주자들 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여야 간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는 공무원 범죄와 정치자금법 위반, 직권남용 등을 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독립적인 기구 형태로 설치하기로 하고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도 담당하게 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독점주의를 제한하기로 했다. 수사 대상은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대통령실 소속 2급 상당 이상 공무원과 3급 이하 선임행정관, 국무총리, 행정부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법관과 검사 등과 대상자의 가족을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야당 스스로 검찰 개혁 과제의 70%라고 밝힐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공수처 신설은 필요성 논란과는 차치하고, 왜 이토록 신설에 힘이 실리는 지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부정부패 척결이 선진국으로 가는 유일하고 가장 빠른 길임에도, 지금 우리나라는 부패를 감시해야 할 고위공직자, 법조계의 비리가 너무 심각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부패 정도(2015년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27위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OECD의 평균치만 돼도 경제성장률이 0.65% 높아질 것이란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부패는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특히 고위공직자가 부패에 물들면 하위직들을 어떻게 지휘 감독할 수 있겠는가.
검찰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공수처는 또 하나의 권력기관을 만들 뿐이라고 입장이다. 일견 일리 있지만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큰 만큼 검찰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대대적인 수술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비록 헌법 조항이라고는 해도 폐해가 드러나고 있는 이상 탄력적인 운용은 필요한 것이다.

정치권의 합의도 중요하지만 공수처 설립은 각계각층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국민적 동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1996년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공수처 도입 주장이 제기된 지 20년 동안 9차례 법안이 발의됐으나 끝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데서 교훈을 삼아야 한다. 예컨대 정부·여당의 거센 반대, 유사 제도 존재, 검찰 자체 개혁안에 따라 명분이 약해진 것 등이 이유가 됐다.

야당이 준비하고 있는 내용은 이런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위공직자 수사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검사제(특검)과 특별감찰관제라는 기존 제도와 기구가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는 중복이 될 수 있다. 또한 입법부의 사법부 통제라는 논란에도 휘말릴 수 있다는 점 등도 넘어야할 산이다.

공수처 신설의 지향점은 외부충격을 통한 검찰 개혁이다. 따라서 검찰이 강도 높은 ‘자정작용’을 통해 국회 차원의 검찰개혁 명분을 희석시킬 수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 기존 제도의 활용 내지 검찰청 내부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반 설치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공위공직자 비리 차단과 척결이라는 대명제 실현을 위한 지혜모으기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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