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신설은 필요성 논란과는 차치하고, 왜 이토록 신설에 힘이 실리는 지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부정부패 척결이 선진국으로 가는 유일하고 가장 빠른 길임에도, 지금 우리나라는 부패를 감시해야 할 고위공직자, 법조계의 비리가 너무 심각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부패 정도(2015년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27위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OECD의 평균치만 돼도 경제성장률이 0.65% 높아질 것이란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부패는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특히 고위공직자가 부패에 물들면 하위직들을 어떻게 지휘 감독할 수 있겠는가.
정치권의 합의도 중요하지만 공수처 설립은 각계각층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국민적 동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1996년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공수처 도입 주장이 제기된 지 20년 동안 9차례 법안이 발의됐으나 끝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데서 교훈을 삼아야 한다. 예컨대 정부·여당의 거센 반대, 유사 제도 존재, 검찰 자체 개혁안에 따라 명분이 약해진 것 등이 이유가 됐다.
야당이 준비하고 있는 내용은 이런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위공직자 수사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검사제(특검)과 특별감찰관제라는 기존 제도와 기구가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는 중복이 될 수 있다. 또한 입법부의 사법부 통제라는 논란에도 휘말릴 수 있다는 점 등도 넘어야할 산이다.
공수처 신설의 지향점은 외부충격을 통한 검찰 개혁이다. 따라서 검찰이 강도 높은 ‘자정작용’을 통해 국회 차원의 검찰개혁 명분을 희석시킬 수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 기존 제도의 활용 내지 검찰청 내부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반 설치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공위공직자 비리 차단과 척결이라는 대명제 실현을 위한 지혜모으기가 요청된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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