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상실한 흡연실 방치…담배연기로 뒤덮인 출입구
멈춘 에스컬레이터 6개월여 나몰라라…승객들만 고생

▲ 지난 23일 서울역사 동문 흡연실 안팎에서 수십여명의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일간투데이 천동환 기자] 서울역의 하루 평균 열차 승하차 인원은 3만 4000여명에 이른다. 1년이면 1240만명이 넘는 규모다. 이 처럼 수 많은 여행객이 이용 중인 서울역이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한민국 수도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 하고 장기간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흡연실과 에스컬레이터 등 시설물이 서울을 찾은 여행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22일과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은 여름 휴가와 주말을 맞아 기차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여행객들에게 서울역에서의 추억이 좋은 기억으로만 남기는 어려워 보였다. 언뜻 보면 아름다운 디자인에 깨끗해 보이는 역사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 불쾌함과 불편함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역사의 동·서 양쪽 출입구 앞을 가득 메우고 있는 담배연기다. 서울역에 첫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이용객들은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역사 입구 바로 근처에서 수십여명이 동시에 담배연기를 뿜고 있는 모습에 외국인 관광객들도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 관광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을 찾았다는 한 20대 일본인 여성은 "냄새가 많이 나고 지저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역 양 출입구 쪽에 설치된 흡연실의 환기장치는 작동을 멈춘 상태다. 그렇다보니 흡연실 문은 활짝 열린채로 고정돼 있고, 그 마저도 10여명만 들어가면 담배연기가 가득 차는 상황. 더욱이 흡연실 밖에선 더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 서울역에 설치된 흡연실 내부의 작동을 멈춘 환기 시설이 때가 낀 채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이로 인한 피해는 서울역 이용객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동문쪽 흡연실 바로 옆에 있는 한 음식점은 담배연기에 문을 열어 놓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비흡연자들은 흡연실 근처를 지나는 것 조차 꺼릴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영업 지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당 음식점의 한 직원은 "수십여명이 가게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어 손님들이 상당히 불쾌해 한다"며 "임시책으로 흡연자들이 가게쪽으로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가드라인을 설치했다"고 하소연 했다.

또, 역사 근처에서 근무 중인 한 남성은 "코레일에서 전혀 손을 쓰고 있지 않아 반년 넘게 이런 상태다"며 "엉망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용산구청 관계자는 "해당 장소가 법적 금연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흡연실 밖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단속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레일의 소극적 태도다. 흡연실들을 관리할 책임이 명확히 있음에도 특별한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흡연실 관리 업체가 운영을 못하겠다고 해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며 "청소는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서울역사 서문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6개월이 넘도록 멈춰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코레일이 방치하고 있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상에서 서쪽 출입구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는 최소 6개월 이상 멈춘 상태로 녹슬어 가고 있었다. 정지된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자세한 설명 없이 '보수중'이라는 문구와 함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해당 에스컬레이터는 민자역사 개발·운영업체인 한화역사에 관리책임이 있지만, 코레일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에스컬레이터의 기능 상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열차 이용객들에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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