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배제된 세종시 출퇴근 '30% 할인'
"행시동기 친분에서 시작됐다" 뒷얘기 솔솔

▲ 대전 동구 코레일 본사. (왼쪽 원부터)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정창영 전 코레일 사장. 사진=일간투데이DB

[일간투데이 천동환 기자]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이 받지 못한 혜택을 세종시 공무원들만 수년간 누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평일 출퇴근 시간 서울-세종 구간 KTX를 30% 할인된 요금으로 이용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배경에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과 정창영 전 코레일 사장의 친분도 한 몫을 했다는 뒷얘기가 흘러 나온다.

27일 국무조정실 산하 세종특별시지원단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월 세종시지원단과 코레일은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 지원 및 녹색교통 활성화 등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후 해당 협약을 토대로 행자부 산하 세종청사관리소와 코레일은 평일 출퇴근 시간대 세종시 공무원의 KTX 이용 요금 할인에 대한 구체적 협의를 거쳐, 지난 2013년 6월부터 현재까지 할인제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세종청사관리소에 따르면, 할인제도는 서울-세종 구간 출퇴근 시간대 KTX 이용 요금을 30% 할인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매년 계약을 갱신하면서 할인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현재는 출근시간대 ▲행신역(오전 6시 15분·7시 10분) ▲서울역(오전 7시 10분) ▲용산역(오전 7시 5분)에서 출발해 오송역에 도착하는 열차와 퇴근시간대 오송(오후 7시 33분·8시 17분)에서 출발해 각각 서울과 용산으로 가는 KTX에 요금할인이 적용된다.

대상은 세종시 공무원 전체로 사전예약을 통해 출근과 퇴근시 각각 172명과 112명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최근 몇 년 수도권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추진돼 온 상황에서 이 같은 혜택이 오로지 세종시 공무원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실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선 해당 할인제도의 불평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부산혁신도시의 한 공공기관 직원은 "세종시 활성화 지원 차원에서 열차운임 할인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안다"며 "공무원들에 한해 운임을 할인해 주는 것은 심각한 차별이다"고 말했다.

▲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KTX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 중이다. 사진=천동환 기자

특히, 이러한 특혜성 요금 할인이 가능했던 배경에 기관 수장들의 사적 친분이 발판 역할을 했다는 뒷얘기가 있어 관심이 쏠린다.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 활성화와 관련해 당시 국무총리실장과 코레일 사장 간에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며 "고시 동기로 친분이 있었던 양 기관 수장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추진해 협약 체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협약이 체결됐던 지난 2013년 2월 당시 국무총리실장은 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었으며, 코레일에는 정창영 전 사장이 재임 중이었다. 두 사람은 행시 24회 동기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친분이 있다 해도 각 기관을 대표해서 필요에 의해 업무를 진행한 것이지 개인적인 목적에서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코레일은 세종시에만 할인혜택이 주어진 것은 공무원 특혜가 아니며, 열차 운용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세종시 공무원들의 경우 승차율이 낮은 열차에 할인율을 적용한 것이다"며 "혁신도시 차원에서도 할인 요구가 있었지만 승차율이 높은 월요일과 금요일만 요청했기 때문에 할인을 적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내부적으로 협의를 거쳐 세종청사관리소와 매년 할인 규모에 대한 재계약을 하고 있다"며 "2018년까지 할인제도 유지를 검토 중에 있지만, 내년과 후년의 상황에 따라 추가 검토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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