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 절차 조차 무시한 무허가 건물·광고물 방치
형식적 설계로 제기능 못해...9~10월 개선 예정

▲ 서울역사 동문과 서문 쪽에 각각 설치된 흡연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서울역 이용객의 상당수가 흡연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천동환 기자

[일간투데이 천동환 기자] 설치 당시 코레일이 대대적 홍보까지 진행했던 서울역 흡연실이 사실상 '불법 깡통 부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업체로부터 무상으로 흡연실을 제공 받은 코레일이 최소한의 인허가 절차 조차 무시해 온 것이다. 포장은 그럴 듯 했지만 애초부터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웠던 흡연실은 서울역을 이용하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애물단지일 뿐이었다.

◇ 무상 기증 받은 '애물단지'

7일 현재 서울 용산구 서울역 동·서 출입구에는 각각 1개 씩 총 2개의 흡연실이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돼 있다. 흡연실 운영을 맡았던 업체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손을 놓은 상황에서 코레일 마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역 흡연실은 A광고회사가 코레일에 무상기증 형태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흡연실 설치뿐만 아니라 운영 및 관리까지 도맡는 조건이었다. 흡연실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해 코레일의 비용 투자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A사는 흡연실 벽면에 설치한 모니터에 광고를 수주해 수익을 얻으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흡연실 운영에서 손을 놔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흡연실 광고 매체에 대한 지분을 놓고 업체들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다"며 "다 영업해 놓은 광고를 게재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흡연실 운영과 관련된 업체들은 업계 관계자들과도 연락이 잘 닿지 않는 상태다. 문제는 서울역 흡연실이 관할 구청에 신고조차 되지 않은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용산구청 건축관리팀 직원은 "서울역 흡연실을 허가해 준 사실이 없다"며 "흡연실 위치는 용산구지만 서울역사의 경우 중구청 관할이기 때문에 중구청에서 허가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구청 역시 해당 흡연실을 허가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흡연실 사진을 직접 확인한 용산구청 광고물관리팀 직원은 "이 같은 서울역 흡연실 광고는 허가해 준 적이 없다"며 "원칙적으로 허가가 날 수 없는 형태의 광고물이다"고 말했다.

서울역 흡연실이 사실상 불법적으로 운영돼 왔던 것이다. 코레일은 지난 2013년 설치 당시 흡연실 설치와 관련된 법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용산구청 관계자는 "관련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치한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관련 규정이 없는 상태라도 임시창고 등의 용도로 신고한 후 흡연실로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 서울역 흡연실은 물론 벽면에 설치된 영상광고매체 역시 관할 기관인 용산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운영돼 왔다. 사진=천동환 기자

 

◇ 보여주기 불과한 부실 설계

지난 2013년 11월 당시 코레일은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역 흡연실은 기존의 것과 달리 완전 밀폐 구조로 고사양 제연시스템과 공조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담배연기 제거와 살균, 탈취기능을 갖추고, 전문 관리 인력을 배치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흡연실 제조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서울역에 설치된 흡연실의 경우 설계 단계부터 잘 못 됐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익명의 한 제보자는 "서울역 흡연실은 이용자 수 및 담배연기 제거 효과 등 여러가지 요건이 무시된 상태로 지어졌다"며 "사실상 흡연공간을 제공했을 뿐이지 흡연실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흡연실을 연구·개발해 왔다는 한 대학교수는 "환기만 된다고 흡연실이 아니며, 담배 연기와 재가 제대로 처리될 수 있도록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며 "이것이 되지 않으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고객 서비스로 홍보됐던 흡연실 설치가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는 비판이다.

▲ 서울역사 동문과 흡연실 사이 공간이 버려진 담배꽁초들로 지저분한 모습이다. 사진=천동환 기자

한편, 장기간 손을 놓고 있던 코레일은 뒤늦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흡연실 관리 업체와의 소송이 마무리 되면서 흡연실 개보수 및 재설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흡연실 운영업체에 제기한 가건물인도청구소송에서 지난 6월 승소했다"며 "이제 흡연실 철거가 가능해진 만큼 예산을 책정해 오는 9~10월쯤 서울역 흡연실 개선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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