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종택 주필.

법질서 확립이 시급하다. 일반국민에게 강요할 일인가. 아니다. 문제는 법질서 확립의 대상은 바로 법조인이라 데 심각성이 있다. 파사현정(破邪顯正), 곧 사악함을 징치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판사·검사·변호사를 지칭하는 ‘법조삼륜(法曹三輪)’이 개혁대상인 것이다.

현실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법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검찰의 횡포, 무성의한 재판과 판결문을 남발하는 법관, 법 장사꾼으로 전락한 일부 변호사 등 사람과 사회에 대한 애정 결핍의 법률가들이 적지 않은 세상이다. 먼저 검사를 보자. ‘검찰의 꽃’이라는 전·현직 검사장이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진경준 씨가 현직 검사장으로는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영어의 몸이 됐다. 검찰로서는 ‘참극’이다. 걸어 다닌 비리 종합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진 검사장 사건으로 검찰은 낯을 들 수 없는 지경이다.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의 법조 비리, 검사 자살 사건, 이 나라 최고 실세라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여러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검찰의 속이 얼마나 답답할지 빤하다.

▲법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부패비리

어디 이뿐인가. 검찰이 한 차례 기각당해 놓고서도 의욕적으로 다시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줄줄이 퇴짜를 맞았다.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에 대해 재청구한 영장을 법원은 기각했다. 그에 앞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두 번째로 청구한 영장도 기각 당했다. 검찰이 1차로 기각당한 영장 내용을 보완했을 텐데도 모두 무위로 끝났으니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사법부는 또 어떠한가. 법원행정처 소속의 현직 부장판사의 성매수 혐의, 지하철 내 성추행한 판사, 불법 변론과 전관예우로 수십억을 챙기다 구속된 최유정 전직 부장판사 사례 등은 사법부의 자존심을 통째로 무너뜨리고 있다. 판사와 검사복을 벗은 후 변호사로 개업, 한 해에 100억원대 수익을 올리는 등 몇 년 만에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가 되는 변호사들! 우리나라 법조계의 암적 병폐인 전관예우가 똬리를 틀고 있다.

법조계가 개혁을 하지 않고는 더 버틸 수 없는 현실이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법의 제정 배경은 법조비리를 막자는 데서 비롯됐음을 상기해야 한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벤츠여검사’ 사건이 계기가 됐다. 여 검사가 수사 의뢰와 함께 벤츠 차량과 고가의 명품을 받았지만 법원은 이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 현행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김영란법을 만든 것이다.

법조삼륜 종사자들은 법 공부를 하던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 법이란 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동양에서는 법을 法이라 쓰고, 서양에서는 독일어로 Recht, 불어로 droit, 이탈리아어로 diritto라고 한다. 이 서양 말은 동시에 권리를 뜻하기도 한다. 영어에서는 법은 law라 하고 권리는 right라 하여 구분한다.

▲공동체 위해 고뇌하는 법조인 그리워

한·중·일 3국이 공유하는 법이란 글자는 물 수(水)자 옆에 갈 거(去)자를 쓴 것으로 보아 법이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고문헌의 설명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한나라 이전엔 ‘법’이라 썼다. 후한의 허신이 지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법’은 형(刑)을 뜻한다. 형벌은 물이 평평한 것처럼 공평해야 한다는 뜻에서 삼수변을 취했다 한다. 그리고 치란 신화 속의 동물로 머리 가운데 뿔이 하나이고 몸은 소·말·사슴·산양·사자를 닮은 해태인데, 재판할 때 바르지 않은 자의 몸에 뿔을 닿게 해 범죄를 가려 부정(不正)을 쫓아냈다는(去) 뜻에서 치자와 거(去)자를 조합했다 한다. 동양에서 법이란 본래 공평과 정의를 뜻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한비자’의 법정신을 새기자. 그는 “상식적 이치에 맡겨 간사함을 제거해야 백성을 다스릴 수 있다.(任理除姦統萬民)”며 “공공의 이익을 좇아 법을 받들면 골고루 이익을 나눌 수 있다.(從公奉法得平均)”고 강조했다. 인간의 삶과 공동체를 위해 고뇌하는 법조인이 그리운 이유이다. 개방화시대,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법조인의 변화가 요청된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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