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능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영향으로 늘고 있는 50대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자영업자가 받은 대출액이 27조원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은행의 월별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을 보면 올 6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49조7222억원으로 지난해 6월(222조9045억원)보다 12%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7.9%)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가장 많은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97조9691억원의 대출을 받아 자영업자 전제 대출액의 39.2%를 차지했다. 이어 40대(66조4805억원·26.6%), 60세 이상(61조950억원·24.5%)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의 대출이 유난히 늘고 있다. 2014년 1월 당시 전체 자영업자 대출액 가운데 60세 이상의 대출액 비중은 21.2%였는데 2년5개월이 지난 지금은 이 비중이 1.4%포인트 늘었다. 다른 연령대는 모두 비중이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은퇴 후 ‘생계형 창업’에 나서는 인구가 점점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영업 가운데 영세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심각한 현실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 도소매·음식숙박업에 많은 영세자영업자는 대형할인점이나 유통 체인점에 밀리고, 영세자영업자끼리 과열 경쟁에 치여 구조조정 되는 추세인 것이다. 영세자영업자의 감소폭이 워낙 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이어지자 정부는 과당 경쟁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둔 정책을 펴기로 했다. 신규 창업보다는 기존 자영업자들의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둔 정책을 펴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는 자영업의 생존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실정 분석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실직으로 어쩔 수 없이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노하우도, 전문성도, 협상력도 갖지 못한 채 서로 경쟁하다가 같이 망한다는 현실 인식의 바탕 위에서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살린 준비된 창업 대신 은퇴 후 막막해진 살림살이를 해결하기 위한 생계형 창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게 지금 자영업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전문가들 진단에 귀 기울여야 한다. 영세자영업은 서민가계가 내일의 삶에 희망을 걸고 있는 ‘마지막 보루’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당국의 세심한 지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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