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부 건설부동산팀 천동환 기자

[일간투데이 천동환 기자] '갑'이란 이름으로 그 동안 참 많이 얻어 먹었다. 사회 의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갑은 을에게 당연한 듯 얻어 먹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먹기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을은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밑지는 장사를 하려 하지는 않는다.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근래 들어 대한민국에 이처럼 큰 파장을 몰고 온 법도 없었던 것 같다. 혈연과 지연, 학연, 그리고 갑과 을. 우리 사회의 정서를 지배하며, 당연시 여겨져 온 관계와 관습이 반강제적 변화를 겪어야 할 때가 됐다.

기자의 초등학교 시절 한 선생님은 같은 반 친구 한 명에게 인격적 모독을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그 모독이 끝난 것은 친구의 어머니가 봉투를 들고 학교에 찾아왔다는 소문이 돈 뒤 부터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세상의 이치를 단 번에 깨닫게 되는 충격적 사건이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이처럼 정당하지 않은 기대와 요구로 수 많은 피해자를 유발해 왔다. 심지어 이 또한 능력이라며 부당한 성과를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친구나 가족 대신 권력과 인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 주곤 어깨를 으쓱했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입김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그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가해자가 되는 길을 택해 왔다.

이제 바꿔야 할 때가 됐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경기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우리나라 선수가 메달을 뺏기면 온 국민이 공분하지 않는가. 일상속에서도 진정한 승자가 시상대에 설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김영란법의 맹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앞으로 다듬어가야 할 부분이 많지만 첫 발을 뗀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법이 얼마나 완전한가 보다 사회가 얼마나 건강해지느냐가 문제다. 그 동안 부정하게 찌운 살을 빼고 건강을 되찾기 위한 김영란법 다이어트가 멋지게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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