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본주택 보고 계약하는 선분양 리스크는 '소비자 몫'
전문가 "건설사 금융비용 부담 커, 여건부터 조성돼야"

▲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일간투데이DB

[일간투데이 천동환 기자] 살아가면서 구입하는 재화 중 가장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는 집. 하지만 정작 아파트를 분양 받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본인이 살 집을 직접 확인하지도 못한채 구매결정을 내려야 한다. 바로 착공전 계약이 이뤄지는 선분양 제도 때문인데, 이를 둘러싼 논란은 상당기간 지속돼 왔다. 소비자들은 직접 집을 확인하고 계약을 하길 원하지만, 국내 현실상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민 10여명이 서울 종로구의 A대형건설사 본사 앞에서 분양계약 해지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2010년 아파트 분양 당시 A건설사가 홍보한 주변 도시개발 계획이 상당부분 무산됐다는 이유에서다. 한 마디로 과장광고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아파트 건설사와 입주민들간의 이 같은 분쟁은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선분양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언제든 발생 가능하다.

사실, 견본주택만을 보고 2~3년 후 살 집을 미리 계약하는 선분양제도는 소비자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 당장 1년 후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 당시와 입주 시점의 상황은 많은 부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아파트 분양 제도가 후분양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현재 아파트를 분양 받는 소비자들은 인생에서 가장 값비싼 지출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집을 직접 보지 못하고 구매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개발계획에 대한 가격까지 포함된 금액을 아파트값으로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 최근 분양을 시작한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내방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일간투데이DB

하지만, 상당 수 전문가들은 후분양이 소비자들에게 반드시 이로운 것 만은 아니란 의견을 내놨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분양과 후분양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지속되고 있는 문제인데, 후분양의 경우 집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분양이 늦어짐에 따라 발생되는 건설사들의 금융비용이 집값에 더해져 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시 "서민이나 무주택자 입장에선 후분양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아파트 후분양 확대 보단, 선분양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이 합리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준용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건설사가 택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금융프로세스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후분양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장성대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부동산학전공 교수는 "현재 국내에는 후분양이 가능한 건설사가 사실상 없는데다 필요성도 그다지 크지 않다"며 "후분양을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선분양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정책도 아직은 후분양 제도 활성화와는 거리가 먼 상태다.

국토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현 제도상 선분양과 후분양이 모두 가능한 상태지만, 건설사의 자금 부담과 공급 문제로 인해 후분양 확대 정책을 펴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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