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대상…다양한 법 해석에 실생활 적용 혼란
전문가 "거래시 오해 없도록 정당한 근거 확보해야"

 

[일간투데이 김예람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내달 28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선에선 세부 조항을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하고 해석해야 할 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법의 적용을 받는 직접 대상자에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사 및 언론인이 포함되며, 이들의 배우자와 부정청탁을 하거나 수수금지 금품 등을 제공한 일반인까지 포함된다. 정부는 법 적용 대상자를 4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사실상 온 국민이 해당되는 셈이다.

국민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다보니 상황에 따라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에 해당하는 경우를 구분하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사례를 통해 알아봤다.


◇금품 오가지 않아도 부정청탁자 처벌 대상

국민권익위원회는 연고·온정주의에 따라 제3자를 위해 부정 청탁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며, 이러한 행태는 부패의 주요원인이 되기 때문에 연결고리를 사전에 차단해 부정 청탁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겠단 입장이다.

#사례1. 아버지 B는 자신의 아들 A가 병역검사에서 4급 보충역을 받아 서울 관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길 원했다. 이에 평소 친분이 있던 병무청 간부 D를 통해 병역판정검사장의 군의관 C에게 아들 A가 4급을 받을 수 있도록 아들 몰래 청탁했다. A는 처벌 대상인가?

이에 대해 권익위는 아들 A는 해당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아버지 B는 부정 청탁에 해당해 2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또, 간부 D도 제3자인 A를 위해 부정청탁을 했고, 공직자에 해당해 제재가 가중돼 3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군의관 C는 거절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면 징계 및 벌칙 대상에서 제외된다. C가 청탁을 들어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하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부정청탁 금지 예외 사례도 있다. 공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나, 공직자 등 선출직 공직자가 국회의원을 통해서 민원을 전달하는 것, 법정기한 내 처리 부탁 등을 하는 것 등은 정당한 청탁이라는 것이 권익위의 설명이다.

▲ 징병 신체등위 판정 부정청탁 사례. 자료=국민권익위원회


◇금품·향응 수수…직무연관 및 대가성 여부 관건

권익위는 금품 등 수수에 대해선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청렴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접대문화를 근절키 위해 직무관련성만 있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례2#. 한 지방자치단체 지적재산과에서 10년간 근무해 온 공무원 A는 기존 직무와 관련이 없는 중앙부처로 전출을 가게 됐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감정평가사 B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손목시계를 사왔다고 시계를 선물로 줬다. 시계의 시가는 150만원 상당에 달했다. 처벌 대상인가?


권익위는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이면 직무와 대가성 관련 없이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A와 B의 평소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모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사례3#. 제약업체에 다니는 A는 초등학교 교사 B와 전기 관련 공기업체 직원 C와 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 사이로 연말에 동창회에 참석했다. 동창회가 끝나고 세 명이 따로 한정식 집에서 저녁식사 한 후 A가 식사값 60만원을 모두 계산한 경우, B와 C 모두 처벌받는가?

B와 C는 교사와 공직자로 모두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에 해당하지만, 제약업체 직원과 초등학교 교사, 전기 관련 공기업체 직원 사이 직무관련이 없어 제재대상에서 제외된다.

사례4#. 한 지방자지단체 공무원 B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A의 자녀 결혼식에서 참석해 축의금 10만원을 내고 5만원 상당의 화환을 선물했다면, 법에 저촉되는가?

화환도 경조사비 기준 금액에 포함되기 때문에 A는 두 금액을 합친 15만원을 받아 10만원 한도액을 초과했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는 것이 권익위의 설명이다.

사례5#. 중학교 동창생으로 막역한 사이인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 A와 직무연관성 없는 기업의 직장인 B씨가 축의금 150만원을 서로에게 낼 경우, 문제가 되는가?

두 사람이 직무관련성이 없고, 친구이기 때문에 해당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 통념상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며,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수수했기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단 것이 권익위의 설명이다.

물론, 금품 등 수수 금지 예외사유도 있다. 공공기관이나 소속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와 격려 및 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파견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또, 정당한 채무상환과 불특정 다수인에게 나눠주는 홍보 물품이나 경품 추첨을 통해 획득하는 금품, 공식 행사에서 모두에게 똑같이 제공되는 식사나 숙박, 교통비 등은 김영란법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 직무관련성 없는 금품 수수 사례. 자료 국민권익위원회


◇ 법 숙지 우선, 정당한 권원 확보해야

일각에선 법 적용 대상과 상황에서도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어 스스로 판단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적용 대상자들이 법에 대한 숙지를 우선으로 하되, 개인 및 기업 모두가 법률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새로운 청렴문화가 기업이나 일반 실생활에 정착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수 있지만, 공직자 및 언론인 등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이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홍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는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자도 일반인으로서 얼마든지 사적 거래를 할 수 있고, 정상적인 사적 거래의 경우에도 김영란 법이 금지하는 금품 수수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적인 거래가 정당한 권원(權原)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를 반드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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