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내우외환 위기에 처해 있다.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물론 내부 정책수행에 있어서도 미로를 헤매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한국 경제는 지금 ‘수출 절벽’과 내수 위축이라는 복합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세계적 보호무역 추세 속에 수출은 19개월째 뒷걸음질이고 가계도 지갑을 열지 않자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풀릴 기미가 아니다.

논점을 좁혀보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 목적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은 노골적인 위협을 서슴지 않는다. 경제 보복도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중국 관광객인 유커(遊客)의 단체 방문객들의 예약이 슬그머니 취소되는가 하면 한국산 화장품, 잡화 등에 대한 통관절차가 까다로워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업인들에 대한 상용비자에 대해서도 잠정 발급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서방국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톈안먼(天安門)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했던 대가는 이처럼 초라하다. 지역주민과 야당 등 정치권의 반발도 거세다.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내부 마찰이 그동안 누적돼 온 정책 불신을 반영한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국무총리나 장관 인사에서부터 굵직한 정책들이 소통이 부족한 가운데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국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과의 무역마찰 가능성도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는 중이다. 오는 11월로 다가온 대선에서 힐러리나 트럼프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통상압력은 기정사실로 닥쳐올 것이다. 가뜩이나 박 대통령의 임기가 내리막길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제한된 정책 추진력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가 ‘추락 중’이라는 사실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이를 조금이나마 살려보겠다고 11조원 규모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추경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이른바 ‘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이 이어지면서다. 무엇보다 내수의 불쏘시개가 되고 일자리가 쓸려 나가지 않도록 방파제 구실을 해야 할 추경의 취지를 여야 정치권이 변질시킨 잘못이 크다. 농해수위에서 정부 추경안에 없던 개성공단 기업인 지원, 누리과정 에산 지원 등을 끼워 넣은 게 단적인 사례다.

이런 현실에서 오늘 제20대 국회 정기국회가 100일 일정으로 시작된다. 정기국회가 순항할지 녹록치 않은 환경이다. 16년 만의 여소야대요, 20년 만의 3당 구도이다 보니 여야 간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졌다. 사사건건 충돌할 소지도 커졌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처한 환경은 그 어느 국회보다 엄혹하다. 20대 국회 앞에는 경기침체와 일자리·구조조정 문제, 북한 핵실험과 도발 등 나라 안팎의 난제가 쌓여 있다. 이를 하나하나 풀어가려면 국회의원들 각자가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대립과 갈등을 녹여 민의를 수렴하는 용광로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여소야대의 국회가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여야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치권이 정쟁·대결의 악습을 재연하면 내우외환의 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민생과 국익을 위하는 데 여야가 지혜와 힘을 모을 때이다. 정쟁은 모두의 공멸을 초래할 뿐이라는 현실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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