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학·정계 모두에서 '실효성'에 회의적 목소리
LTV·DIT 규제 및 전매제한 강화 등 핵심 조치 제외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간투데이 강태현 기자]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대해 금융권은 물론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까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양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핵심' 조치들이 모두 제외됐다는 지적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지난 25일 '2016년 제13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12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주택시장을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택 공급물량을 정부가 조절하겠단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관리방안은 발표 직후부터 여론의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6개월마다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고 있는 정부에 대해 '무능론'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이번 방안 역시 별다를 것이 없다는 평가다.

지난 29일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이번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대해 '님비형 대책'이라고 혹평했다.

김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의 이번 대책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어느 기관도 정작 각 기관이 가지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직결되는 핵심 정책수단을 유보한 채 곁가지 대책들을 나열한 님비형 대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가계부채 폭증을 유발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와 관련한 핵심 대책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주택 공급물량을 줄이는 것으로는 가계부채 감축에 영향을 미치지 못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선 부동산 업계 전문가 또한 동의하는 모습이다.


31일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당장 과열된 분양시장을 잠재우기보다는 장기적 측면에서 주택 과잉공급에 제동을 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냉각을 우려한 정부가 현재 분양시장에 바로 제동을 걸 수 있는 전매제한 강화나 재당첨 금지 등 직접적인 조치를 제외시킨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주택 공급 예정 물량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정부가 당장 주택 공급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5일 "가계부채 폭등은 지난 2014년 정부가 발표한 LTV·DIT 규제완화가 주범이다"며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누락된 것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LTV·DIT 규제완화를 또 연장해놓고 가계부채 관리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려면 LTV·DIT 규제완화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LTV·DIT 규제완화와 관련한 우려가 이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 제기된 것이 알려지면, 정부의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30일 한은이 공개한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LTV·DTI 등의 가계부채 관리수단을 (정부의) 재량보다는 가계부채 총량지표와 연계해 일정 부분 준칙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표를 통해 가계부채 위험신호가 감지되면 LTV·DTI가 자동으로 조정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과 LTV·DTI 등의 규제 강화, 주택 공급량 제한이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를 우려한 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가계부채의 질 악화는 금융권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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