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분명한 권리 행사해야"

▲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9·11 테러 소송법' 재심의 표결을 하고 있다. 미 상·하원 의회는 2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한 '9·11 테러 소송법'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었다. 사진=뉴시스

미국 의회가 '9·11 테러 소송법'에 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기각했다.

미 상원과 하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9·11 테러 소송법에 대해 재표결을 강행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했다. 미 하원은 이날 찬성 348표 반대 77표로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었다. 같은 날 상원도 97대 1의 압도적 표차로 대통령 거부권을 기각했다.

법안의 정식 명칭은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나라에 맞서는 정의(Justice Against Sponsors of Terrorism Act-JASTA)'다.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테러로 숨진 희생자 유족 등 피해자들이 책임이 있는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상·하원은 각각 지난 5월 9월에도 이 법안을 통과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주권을 가진 한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피고로 설 수 없는 주권 면제 원칙에 이 법안이 맞지 않는다며 지난달 23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11 테러 소송법이 의회에서 재가결된 뒤 "실수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법안이 통과된 뒤 CNN과의 인터뷰에서 "의원들이 정치적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의회가 유권자를 의식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9·11 테러 소송법이 재가결되면서 미국과 사우디 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압둘라티프 알 자야니 GCC 사무총장은 지난달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9·11 테러 소송법에 대해 "국가 간의 기초와 원칙을 위반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대학의 중동 전문가인 압둘칼레크 압둘라 교수는 "GCC 회원국인 사우디가 목표물이 되면 주변 국가들이 함께 맞설 것"이라며 "미국은 이를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압둘라 교수는 9·11 소송법이 입법화되면 GCC가 예멘, 바레인, 이집트처럼 미국과 거리를 두고 독단적이고 독립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공화당 지도부는 의회가 ‘9·11 테러 소송법’을 재가결한지 하루 만에 법안의 내용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추가적인 논의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러나 이번 주에 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9·11 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법원에서 분명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동시에 해외에서 복무 중인 군인이나 요원들이 보복을 당하거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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