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이블레 "시민들 경제·정치·지도자 엘리트 불신"

▲ 영국의 마크 카니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7월 브렉시트 투표 찬성 후 비상대책을 세워놓았으니 안심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CNN머니가 지난 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추계총회에 모인 전 세계 금융계 고위인사들은 각국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CNN머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중의 불신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라며 "영국과 미국 등 전 세계 선진경제국을 보면 국민들이 경제와 정치를 막론하고 지도자 '엘리트'를 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신은 무역과 거래가 활발해지고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사회적 불평등 문제가 오히려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민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전문가는 정부 지도자들이 자본과 자산을 공정하게 배포하지 못하고 자유무역으로 인해 피해를 본 계층을 지원하지 못하면서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내년 3월 영국이 리스본 조약 제50조를 발동시켜 본격적으로 시작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보호무역주의 역시 대중의 불신으로부터 나온 움직임이다.

CNN머니는 대중의 불신이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을 '일반적인 불확실성'에서 '대형 리스크'로 부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 총회에서 대중의 불신에 대한 우려를 표한 인사는 쇼이블레 재무장관만이 아니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는 "정부가 대중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해 불신을 받고 있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해 신뢰를 쌓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카니 총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치러진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임금 불평등과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미약한 성장의 과실마저도 고르게 나누지 못하고 있던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카니 총재는 이어 "자유무역으로 인한 경제적 장점은 수없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세계 각국이 불평등으로 인한 불만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 각지에서 무역과 혁신에 대한 대중의 반발에 주의해야 한다"며 "세계 경제성장이 너무 오랫동안, 너무 느리게, 너무 적은 사람들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한편 BBC가 입수한 세계은행(WB) 내부문서에 따르면 WB 경제전문가들도 자유무역이 선진경제국에 경제성장효과를 가져왔지만, 일부 계층을 소외시키기도 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 세계은행(WB) 총재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유무역이 성장과 번성을 가져온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었지만, 선진국 내에서 이에 대해 비관적인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밝혔다.또 "자신들의 삶이 부모님 세대보다 못하고, 후손들의 삶 역시 그리 좋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선진국들이 무역장벽을 세우고 자유무역을 배제한다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빈곤을 척결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매우 어려워 질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세계 무역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자국 인프라를 개선한들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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