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 일파만파, 당내서도 후보직 '사퇴 촉구'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6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샌다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여성 비하 음담패설로 인해 사면초가에 처했다.

수차레 막말 파문에도 사과하지 않던 그는 이번 사태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내가 잘못했고, 사과한다"며 신속히 진화에 나섰으나, 당내에서도 사퇴 발언이 나오는 등 집중포화를 맞았다.

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권을 뒤흔든 트럼프 막말 소동의 발단은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그의 지난 2005년 여성비하 발언에서 비롯됐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에 인수된 뒤 트럼프와 줄곧 각을 세워온 이 매체는 트럼프와 미 연예매체 '액세스 할리우드'의 빌리 부시가 지난 2005년 한 버스 안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이 파일에서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해 언급했다. 또 과거에 유부녀를 유혹한 경험담을 동승한 사람들에게 털어놓기도했다. 그는 "당신이 스타라면 그들(여성들)은 당신에게 그것을 허용한다(when you're a star they let you do it)"고 말했다. 또 "당신은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당내의 격한 반응을 불렀다.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을 겨냥해 "역겹다(sickened)"며 여성들을 상대로 존경심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가 위스콘신에서 열리는 연례 가을 축제에 참석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지역구에서 진행되는 행사 초대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라이언 의장은 다만 트럼프를 상대로 대선 후보 사퇴나 지지철회 의사를 피력하지는 않았다. 그는 여성은 지지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며 트럼프 후보가 이번 역풍을 잘 수습해 주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달했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그가 공당의 대선 후보로 더이싱 용인할수 없는 ‘레드 라인’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마이크 리(유타) 공화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비디오를 올려 “트럼프, 당신이야말로 우리가 주요 이슈에 집중하는 것을 막는 걸림돌(distraction)"이라며 대선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가 사과 발언을 한 직후 "공화당이 트럼프 보다 더 나은 선택을 저울질 할 때"이며 "결코 차선책에 안주할 필요는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마이크 코프만(콜로라도) 공화당 의원도 트럼프를 상대로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미국을 위해 트럼프가 이번 선거를 떠나야 하며, 공화당원들에게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물리칠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을 먼저 생각해야 하며,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며 후보 사퇴를 거듭 요구했다.

공화당 소속인 게리 허버트 유타주지사도 트위터 글을 통해 트럼프의 발언이 “너무 나갔고 비열하다(beyond offense and despicable)”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위해 투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온갖 막말 논란에도 사과를 하지 않았으나 이날은 즉각 사과에 나섰다. 이번 발언의 역풍이 거셀 수 있음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AP통신은 이날 사과 성명을 ‘드문 사례(rare)'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포스트 보도 직후 성명을 내고 “누군가 이 발언으로 상처받았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 “탈의실에서 주고받는 농담(locker room banter)”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내가 잘못했고, 사과한다(I was wrong and I apologize)”며 거듭 허리를 숙였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을 강력히 성토했다. 그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건 끔찍하다(This is horrific). 우리는 이런 남성(man)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힐러리와 트럼프는 오는 9일 2차 대선후보 토론을 갖는다. 이번 여성 비하 발언은 트럼프측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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