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아닌 다수당 수성 집중할 것"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카운실블러프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사실상 포기했다. 다음달 8일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당 1인자가 대선 후보를 버리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라이언 의장은 10일(현지시간) 공화당 하원의원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더 이상 트럼프 후보를 방어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의회전문매체 더 힐 등이 회의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라이언이 트럼프 지지를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대선 포기나 다름 없는 결정이다. 그는 동료 의원들에게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상하원 승리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을 택하라고 강조했다고 알려졌다.

라이언은 현재로서는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당 지키기가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자신은 남은 선거 기간 대선이 아닌 상하원 선거 승리를 위한 일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그가 "각자 지역구에서 최선인 일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이번에 상하원 중 한 곳을 민주당에 뺏기거나 최악의 경우 양쪽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은 상원 전체 100석 중 절반이 넘는 54석을 점유 중이다. 민주당은 44석이다. 하원에서도 전체 435석 중 247석으로 민주당(188석)을 견제 중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 34석, 하원 전체 의석을 다시 뽑는다.

트럼프는 라이언의 선택을 맹비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폴 라이언은 공화당 후보와 싸우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예산균형 맞추기, 일자리, 불법이민 문제를 다루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의 불협화음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라이언은 7월 트럼프가 후보로 정식 지명된 뒤 눈물을 머금고 지지를 선언했다. 이후로도 라이언은 트럼프가 막말 논란을 일으킬 때마다 앞장서서 그를 비판했다.

라이언은 지난 7일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 파문이 터지자 '역겹다'고 트럼프를 맹공했다. 그는 이튿 날 예정된 자신의 지역구 행사에 트럼프를 초대했던 것도 취소해 버렸다.

하지만 공화당전국위원회(RNC)의 레이스 프리버스 의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트럼프 사퇴론에 대해 후보를 버릴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관련 논의를 위한 회의를 진행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프리버스는 일단 트럼프와 함께 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트럼프 선거본부와 전적으로 협력 중"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 계속 함께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트럼프 진영은 당 내란에는 아랑곳 않고 여전히 승리를 말하고 있다. 켈리엔 콘웨이 선대본부장은 MSNBC인터뷰에서 당이 대체 후보를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정신나간 얘기를 찾아 다닌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의 후보 사퇴론도 일축했다. 콘웨이는 펜스가 노스캐롤라이나 유세를 위해 이동 중이며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트럼프를 끌어 내리고 이제라도 펜스를 정후보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펜스는 트럼프의 음담패설 논란을 비판하면서도 그와 함께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라이언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당내 혼란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이들은 라이언의 선택은 "비겁하다"며 그가 섣불리 대선 승리를 포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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