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년 여름 무척이나 더웠다. 폭염을 넘는 가마솥 더위였다. 또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 아열대 과일이 재배되고 있고 한류어류가 잡히지 않고 있다. 전 세계의 이상기후 현상은 이산화탄소의 폭발적 증가에 있다지만, 한반도에 닥친 기상이변은 한반도 고유 현상이다. 북한하늘에 태양이 셋이나 되는데(태양, 김일성, 김정일), 하나가 더(김정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반도 기후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은 1948년 9월 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을 공포했다. 1948년 헌법은 동유럽 공산국가들의 인민민주주의 헌법과 마찬가지로 1936년 소련헌법의 절대적 영향 아래 제정되었다. 1948년 헌법은 자본주의 헌법의 특징인 생산수단의 사소유와 상속을 인정하고 있었는데, 이는 건국 초기에 자본주의 요소를 모두 배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1948년 헌법은 또 수도를 서울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 것에 대응하여, 영토조항 대신 수도조항을 둔 것으로 보인다.

■ 개정 거듭…권좌 세습 도구로 전락

북한헌법은 2016년 6월 개정까지 12회 개정됐다. 1948년부터 1972년까지 5차에 걸쳐 부분 개정을 하다가, 1972년 전면 개정했다. 그 후 1992년, 1998년(김일성 헌법), 2009년, 2012년 헌법(김정일 헌법), 그리고 2016년 헌법개정이 이뤄졌다.

1972년 북한은 1948년의 인민공화국 헌법을 '사회주의 헌법'으로 개정하면서, 1948년 헌법의 자본주의 요소를 모두 삭제했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삼았다. 또한 북한의 수도를 서울에서 평양으로 수정했다.
1992년에도 헌법개정이 이뤄지는데, 이는 대외적으로 1990년 소련의 붕괴와 동유럽의 민주화로 체제에 위협을 느꼈고, 대내적으로 김정일에게 권력승계 작업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4년에 김일성이 사망하고 김정일이 김일성의 유훈통치로 북한을 지배해 오다가 1998년 헌법개정을 단행한다. 1998년 헌법은 주석제를 폐지했는데, 이는 헌법전문에서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모신다고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헌법은 동 헌법이 김일성 헌법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북한은 또 다시 2009년 헌법을 개정하는데, 폐지된 주석제 자리를 대신할 실질적인 국가최고기구로 국방위원회를 두었다. 물론 김정일이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돼 북한의 국정전반을 장악했다. 1998년 헌법개정이 김정일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단계의 작업이라면 2009년 헌법개정은 김정일 체제를 굳히기 위한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012년에는 김일성의 손자인 김정은에게 권력을 승계하기 위한 헌법개정을 단행한다. 2012년 헌법은 김정일 사후 4개월 만에 이루어진 헌법개정으로, 사망한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한다고 명기했고, 동시에 핵보유국을 명시함으로써 핵폐기가 불가능함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했다.

■ '김정일 헌법' 지칭은 블랙코미디

2012년 헌법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을 규정하면서 동 헌법을 '김일성 - 김정일 헌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방위원장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변경했다. 이는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했기 때문에, 김정은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지위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2016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무위원장을 신설했는데, 이는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으로 부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사회주의 공산국가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절대 권력을 지닌 현대판 군주국가에 불과하다. 권좌세습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변칙에 해당하며, 헌법에 특정인을 언급하면서 특정인 헌법이라고 스스로 밝히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어렵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블랙 코미디의 소재일 뿐이다. 북한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이라기보다는 자칭 백두혈통의 왕위계승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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