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세계인문학포럼 27~29일

[일간투데이 허필숙 기자]‘인문학 위기론’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2006년 9월 전국 80개 인문대학장이 모여 ‘오늘의 인문학을 위한 우리의 제언’을 발표하며 인문학 발전 방안을 만들 것을 요구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인문학의 위상은 더 위태로워졌다.

인문학과를 통폐합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고, 학생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문학과를 외면하고 있다.

‘인문학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인문학 중심도시’를 꿈꾸는 수원시는 ‘위기론’에서 한 걸음 비켜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서관 시장’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책과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염태영 수원시장이 수년째 인문학 융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2013년 전국 최초로 ‘인문학 전담팀’을 만들었고, ‘인문학 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10월 27일~ 29일까지 수원 아주대에서 ‘희망의 인문학’을 주제로 열리는 ‘제4회 세계인문학 포럼’은 시민들에게 세계적인 수준의 인문학 강연을 제공하고, ‘인문학 도시’ 수원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원시와 교육부, 유네스코, 경기도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포럼에서는 세계적인 인문학 석학들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이번 포럼의 전체 기조강연(27일 오후 3시)은 철학자이자 작가·칼럼니스트인 로제 폴 드루와(프랑스)와 그의 아내 모니크 아틀랑(저널리스트)이 맡았다. 주제는 ‘희망, 사람됨의 새로운 길’이라는 주제다. ‘희망의 인문학’이라는 포럼의 대주제를 관통하는 강연이다.

27일 오후 3시에 열리는 개회식에는 염태영 시장과 이준식 교육부 장관, 남경필 경기도지사, 조무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다.

포럼은 매일(27~29일) 오전 9시 30분 인문학 석학의 ‘중주제 기조강연’으로 시작된다. 강연 후 회의와 토론이 이어진다.

27일에는 일본의 정신분석학자 가즈시게 신구(나라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희망이라는 이름의 가장 먼 과거 : 시공상의 이주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에세이’를, 28일에는 독일 철학자 칼 메르텐스(뷔르츠부르크대학 철학과) 교수가 ‘사회적 관점 : 익명적 사회질서로부터 개인적 사회적 자각으로’를 강연한다.

29일에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조동일 명예교수가 ‘인문학 교육의 사명’을 주제로 강연한다.

분과회의에서는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현상을 인문학을 바탕으로 재해석하고, 인문학과 접점을 찾아보는 발제가 눈길을 끈다.

인문학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하는 회의(28일 오전 10시 30분)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토대와 본성’ ‘인공지능 기술의 문화적 파장’을 대주제로 ▲인공지능의 미래와 인문학의 역할 ▲인공지능과 문화, 예술, 음악, 영화 ▲4차 산업 혁명시대에 AI와 인간의 실존 등을 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진다. 인공지능과 인문학의 공존을 모색한다.

현대인들의 마음을 대변한 ‘피로 사회’를 주제로 한 분과회의(27일 오전 10시 30분)도 있다. ‘성과 사회와 피로 사회’를 대주제로 하는 회의는 ▲피로 사회와 동양의 은일(隱逸) 사상 ▲피로 사회에서의 저항 ▲다산의 피로증후군과 인문학적 자기 분석 등을 주제로 한 발표와 토론으로 이어진다. ‘피로 사회’는 철학자 한병철 박사의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

분쟁과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는 국가의 신진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하는 ‘신진 연구자 세션’도 눈여겨볼 만 하다.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카메룬, 아제르바이잔, 미얀마, 인도네시아 연구자들이 국내외적 갈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수원시가 주관하는 세션(27일 오후 1시 30분)도 개최된다.

‘희망의 인문도시 수원’을 대주제로 하는 세션에서는 ▲수원의 인문 유산과 인문 도시 수원 ▲정조대왕의 꿈과 다산의 인문 정신 ▲‘장소 체험’을 통한 공동체 인문학의 모색 : 수원의 경우 ▲‘이웃과 마을’의 복구 : 대안적 인문공동체 구현 등이 발표된다. ‘수원과 인문학’에 대해 폭넓게 다룬다.

포럼은 강연과 주제 발표, 토론으로 진행돼 전문 연구자가 아닌 참가자들은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수원시는 수원화성 일대를 돌아보는 ‘문화투어’(28일 오후 3시), ‘고은 시인과 함께하는 문학인의 밤’(27일 오후 7시 30분, 정자동 SK 아트리움), ‘뮤지컬 정조’(28일 오후 7시 30분, ‘뮤지컬 정조’(28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문화의 전당) 등 참가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전석 무료다.

포럼은 한국·미국·중국·영국·일본 등 전 세계 인문학 지원기관 장(長)들이 인문학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 속에서 지역별 인문학 지원 기관들의 정책적 대응·기여 방안을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29일 오후 3시)로 마무리된다. 폐회식은 29일 오후 5시에 열린다.

포럼 등록 신청은 23일까지 세계인문학포럼 홈페이지(www.worldhumanitiesforum.com)에서 할 수 있다. 현장 등록도 가능하다. 참가비는 무료.

문의 : 02-3460-5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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