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적의 1급장애인인 외손녀 김영금씨
조선족 신분 이유로 복지혜택 외면…
한국에서 독립유공자로 공정한 대우 기대

▲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김영금씨

"외조부님의 업적은 천추에 길이 빛날 것입니다. 현재는 우리 일가친척들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고 또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도 있기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세계 어느 곳에 살고 있더라도 모든 가족들이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후손이란 긍지로 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1급 장애인의 중국 공민이지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일간투데이 류재복 중국전문기자] 지난 8월 15일 71주년 광복절에 중국 헤이룽장 성 하얼빈을 찾은 기자에게 안중근 의사의 친 여동생인 안성녀(安姓女) 여사의 외손녀 김영금(金英錦·79)씨가 한 말이다. 김 씨는 기자가 이곳 하얼빈의 도리소학교 명예교장으로도 활동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기자를 만나고자 자료들을 지닌 채 학교로 찾아왔다.

▲ 하얼빈체육대학 졸업증서

8000만 민족의 영웅인 안중근 의사 하얼빈 10.26의거 107주년을 맞아 관련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하얼빈을 방문한 기자를 만난 김영금 여사는 매우 반가워 했다. 김 씨는 왕년의 핸드볼 선수답게 활달한 성격으로 먼저 자신이 가지고 온 자료(중국정부가 인정한 1급 장애인 관련 및 안중근 후손 관련)와 사진들을 기자에게 보여주면서 안 의사의 직계 가족사를 상세히 설명했다.


■ 외할아버지도 항일운동가인 권승복

안중근 의사는 아버지(安泰勳) 어머니(조마리아)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났고 아래로 여동생 안성녀, 남동생 안정근, 안공근 등 3남1녀의 가족이 있다. 안 의사의 여동생인 안성녀는 오빠인 안 의사가 하얼빈 10.26의거를 이룬 이듬해인 1910년에 어머니와 두 남동생을 데리고 북만주로 망명했다. 남편 되는 항일운동가인 권승복(1920년 사망)사이에 권두선, 권계선, 권 헌, 권봉선 등 3녀1남을 두었는데 김영금 씨는 바로 권계선의 자녀로 8남매 중 다섯째다.

▲ 안성녀여사 기사

이날 김영금 씨는 “안중근 의사가 여순 감옥에 있을 때 외할머니 안성녀가 어머니 권계선을 데리고 할아버지를 면회했을 때 동생인 안성녀에게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필히 가까운 근심이 있게 된다(人無遠慮必有近憂)’는 논어의 말을 원용해 ”사람이 멀리 생각을 못하면 큰 일을 이루지 못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어머니 권계선이 나에게 들려준 적이 있다”면서 “당시 다섯 살인 어머니 권계선은 특히 총기가 좋아 외할머니 안성녀가 오빠인 안중근을 면회하면서 나눈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고 있어 딸인 나에게 들려주었다”고 말했다.

▲ 안중근 가족사진

■ 安의사 수감후 가족들 감시피해 ‘뿔뿔이’

“안중근 의사가 여순 감옥에 수감된 후 가족들은 일본군의 감시를 피해 러시아 연해주, 연변, 흑룡강 주변의 수분하, 동녕, 의란 등 여러 지역을 전전하다보니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그 와중에서도 안성녀는 오빠인 안중근의 영향을 받은 탓으로 일본군들의 눈을 피해 몰래 항일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에 끌려가 9일 동안 감금이 되어 고문을 당하면서도 독립군의 행적을 대라고 했지만 끝끝내 말하지 않자 결국은 석방을 시켰다”면서 안성녀에 대한 활동을 김영금 씨는 기자에게 들려주었다.

▲ 국가보훈처 행사출입증

이어 김영금 씨는 “해방 후 어머니께서 나에게 말씀하시기를 외할머니 안성녀는 한국 임시정부의 도움으로 아들인 권헌 씨 가족을 데리고 한국으로 갔으며 안성녀를 누님으로 불렀던 리승만 전 대통령과 백범 김 구 선생의 도움으로 서울 청파동과 쌍림동에서 살다가 6.25가 발발,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면서 “안중근 할아버지의 외동딸인 안현생이 서울 아현동에서 살았고 부산으로 피난을 간 안성녀는 부산 영도 봉래동에서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살다가 신선동 산비탈에 정착, 새 본적지로 정해 살다가 1954년에 사망, 그 가족들은 1974년 대연동으로 이사를 가면서 안성녀를 현재의 부산 용호동 천주교회 묘지로 이장했다”고 말했다.


■ 해방후 이승만·김구 도움으로 서울살림

1960년, 김영금 씨의 어머니 권계선 씨가 큰 아들을 찾기 위해 북한으로 가면서 딸인 김영금 에게 “앞으로 기회가 되면 꼭 네 피붙이들을 찾아라. 언젠가는 안중근의 후손들이라고 한국에서 찾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중근의 후손이라고 하여 과분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영금 씨는 자신이 1급 장애인으로서의 고통을 받으면서도 한국정부에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한국정부 보다 중국정부가 이에 대한 보상과 혜택을 주었어야 했다. 그는 중국 국적의 공민이기 때문이다.

모든 항일운동가의 자손들이 해방 후에도 어렵게 살았듯 이들 안중근 가족들 역시 숨어살면서 가난에 허덕였고 중국, 한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지에서 이산가족으로 오랫동안 소식을 모르고 살다가 김영금 씨는 2005년 한국을 방문, 외삼촌이 되는 권 헌 씨의 일가족을 찾으면서 핏줄의 귀중함을 알게 됐다.

▲ 1급장애인 증명 보증서


■ 흩어진 자손들 대부분 궁핍…

김 씨는 “8.15 광복 60주년인 2005년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부산 용호동 천주교 묘지에 있는 외할머니 안성녀 묘를 찾아갔지만 너무도 묘가 초라했다”면서 “그것을 볼 때 대우나 보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학계나 정부에서 외할머니의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안성녀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영금 씨가 하얼빈에 거주를 시작한 것은 1956년도. 그의 고향은 흑룡강성 본리현, 아버지(김한응)의 고향은 한국 충청북도 괴산군 소수면이다. 김영금 씨는 하얼빈에서 체육대학을 졸업했고 핸드볼 선수로 활동하다가 21살 때 인 1958년도 중국 제1회 전국체육대회에 대표선수로 선발돼 길림성 팀과 시합도중 심한 부상을 당했다. 그로 인해 그는 병원에 입원, 허리와 다리 등 10회의 수술을 받은 바 있지만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아 현재까지 심한 통증과 함께 살고 있으며 현재 1급 장애인증서를 갖고 있는 장애인이다.

김 씨는 장애인이 되면서 선수생활을 접고 1962년부터 베아링 공장에서 일을 했다. 그러나 그는 1급 운동원 칭호는 받았다. 허지만 그에게는 1급 장애인이면서도 한족이 아닌 소수민족 조선족이기에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다가 2011년에 국가에서 ‘1급 장애인에게 3만1950 위안을 위로금으로 지급 한다’는 규정이 정해지면서 그 내용이 전 중국 컴퓨터에 전산 입력됐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도 장애인으로서의 위로금이나 보상금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
이에 김 씨는 성(省) 체육조직위원회를 찾아가 “국가에서 주는 장애보상금이 규정되었는데 왜 나에게 보상금을 주지 않는가?”라고 항의하자 그들은 “돈이 없다”고 대답을 했다.


■ 2005년 돼서야 부산 안치된 외할머니 찾아

김 씨는 안중근 의사의 친 여동생인 안성녀 씨의 딸인 권계선의 딸이기에 그간 한국에 독립군 유가족 행사에 초청이 돼 수차 한국을 다녀왔다. 하지만 불구자 상태, 그리고 통증을 하소연도 못하고 현재까지 개인 돈으로 치료를 하고 있지만 완치가 아닌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에 김 씨는 “이제는 할 수 없이 한국에서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48세인 아들 하나가 있고 남편(오일룡)은 반평생을 군에서 병기전문가로 활약한 동갑으로 함께 하얼빈에 살고 있지만 매우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 안중근의사승모회 초청장

■ 한국서 항일행사 수차례 초청…유공자 혜택은 없어 답답

현존하는 관련 기록을 보면 안중근 의사 일가족 40여명이 항일운동에 투신했다. 이는 우리 민족 항일운동사의 축소판이다. 이들 가문의 항일운동에 관한 연구는 안중근 의사와 남동생인 안정근, 안공근, 사촌인 안명근, 안경근, 조카 안봉생, 안춘생 등 11명이 있다. 그러나 안중근의사의 친여동생인 안성녀 여사의 행적은 지금까지도 전무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안성녀의 항일운동을 비롯해 총체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안성녀의 항일운동 기록을 밝혀내는 것이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김영금 씨는 “안중근 의사 하얼빈의거 100주년 기념식에 서울에서 가족들과 찍었다”는 사진을 보이면서 “저의 외조부가 되는 안중근 의사는 우리 가문의 정신적 기둥입니다”라고 자긍심 가득한 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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