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온리 시인

[일간투데이 김수영 기자]

박쥐


김온리



울 때마다 귀가 자란다
귓바퀴에 고인 울음이 기별처럼 퍼져나간다

오른쪽으로 돌아누운 누군가의 어깨처럼
왼쪽 날개만 펄럭거리며
날아오를 태세로 밤은 깊어간다

내 사랑은 번번이 밤하늘을 놓쳤다

펄럭일수록 인기척이 멀어지는
거꾸로 매달린 꿈

동굴의 천정에서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정지된 풍경에서 흘러나온다

그리움이란 스틸 컷 같은 시간 속에서
홀로 미끄러지는 일

눈을 문지르면 반쯤 저문 얼굴이 다가오는 소리
날개를 접고 다시 종유석의 자세가 된다

뱀파이어의 핏기 없는 입술처럼 먼 곳
꽃이 지는 소리에도
당신을 깊숙이 빨아들인다.



■김온리
▲부산 출생
▲2016년 여름 '문학의식' 시 부문 신인상
▲부산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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