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접수 27일째…'골든타임' 지나 실효성 의문
정치권 "수사 의지 없다면 특별검사제 도입 대안"

▲ 지난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블루K' 사무실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사건 수사팀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더블루케이, 전경련 등 최씨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된 사무실과 주거지 등 총 9곳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26일 오전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최씨의 주거지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미승빌딩 등을 포함해 최씨 사무실 수곳과 차은택씨의 주거지,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 집무실 등이 포함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그동안 검찰이 조사해왔던 '미르·K스포츠재단'의 자금모금과 이에 대한 유용 혐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을 이들 장소에 보내 재단 모금 과정과 운영에 관한 서류 등을 확보 중이다.

문제는 압수수색의 주요 지점인 두 재단이 이미 해산된 지 한달 가까이 됐다는 점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전경련은 지난달 30일 두 재단을 해산하고 통합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의혹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두 재단을 해산하고 문화, 체육을 통합한 750억 규모의 새로운 재단을 설립하겠다는게 전경련의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두 재단의 해산은 이미 진행됐으며, 통합재단 설립도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로 알려졌다.

결국 27일동안 참고인만 다수 조사했던 검찰은 '골든타임'이 한참 벗어난 시점에서 압수수색에 돌입한 것이다.

대형 사건의 경우 먼저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 자료 등을 확보하고, 주요 관련자에 대한 소환에 나섰던 관행과는 앞뒤가 바뀐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해산된 재단의 사무실에서 실효성 있는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증거를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한동안 문이 닫혀있었고, 일부 직원만 상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루케이의 경우 아예 모든 사무집기와 서류가 반출돼 빈 공간 상태였다.

이외에도 최순실씨와 측근들의 증거인멸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었다. 더블루케이 독일 현지 법인 대표가 최씨의 측근 고영태씨에서 교포 변호사 박모씨로 변경됐고, 최씨 소유의 빌딩에서는 PC와 서류가 무더기로 폐기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뒤늦게 주요 사무실 9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사실상 빈 공간을 들이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런 검찰의 수사 의지와 동력으로 최순실씨 관련 의혹을 더 수사하는 것에 한계가 있지 않지 않겠느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특별검사제 도입 요구가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정상적인 국가라면 최순실 관련 의혹을 정리하고 가야할 필요가 있다"며 "그럴려면 현재 검찰의 의지만으로는 어렵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지금으로서는 정치권에서 한참 거론되는 특검 도입이 대안이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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