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 변호사

A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자이지만, 부동산 중개업소에 근무하면서 개인적으로 부동산중개를 해왔다. B는 서울 시내에 5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중 이를 20억원에 매도하고자 중개사무소에 의뢰를 했다. A는 B에게 위 건물을 30억원에 팔아주겠다고 하면서 만일 30억원에 팔아주면 중개수수료로 2억원을 달라고 했다. B는 흔쾌히 승낙을 했다. A는 평소 아는 지인 C에게 연락해, 좋은 건물이 나왔는데 사라고 했고, 결국 B는 위 건물을 C에게 32억원에 매도하게 됐다.
매매계약일 이후 A는 B에게 중개수수료를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B는 A가 중개사 자격도 없으면서 중개수수료를 달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고,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A는 중개수수료를 구할 수 있겠는가.



우리 주변을 보면 전문 부동산 중개업자가 아니더라도 주변의 부동산이나 물건의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나 수고비를 받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맞선을 주선하고 결혼에 이를 경우 중매에게 일정한 사례를 하는 경우도 있다(필자 역시 결혼 후 아내를 소개해 준 친구에게 양복을 선물했다).

그런데, 이러한 무자격자의 중개행위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경우, 시장질서가 교란되고 거래 당사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등 폐단이 적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인중개사법은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업으로 중개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가 중개행위를 했을 때에, 형사적으로 공인중개사법 위반이 되어 처벌을 받게 되고, 중개에 따른 중개수수료 지급약정도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가 돼 중개수수료를 청구할 수 없다.

다만, 중개행위를 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연한 기회에 일회적으로 했을 경우에는 무효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중개수수료가 부당하게 과다해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법원에서 적정한 금액으로 감액할 수 있을 것이다.

위 사례의 경우, A는 공인중개사 자격도 없으면서 부동산 중개사무소에 근무하면서 부동산 중개행위를 업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A와 B 사이의 중개수수료 지급 약정은 강행법규에 반해 무효라고 할 것이고, B는 A에게 중개수수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A의 행위가 일회적인 중개행위였다고 한다면, 무자격이라는 이유만으로 중개수수료 지급약정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A의 노력으로 B가 12억원의 초과 수익을 얻었던바, 이를 2억원의 중개수수료 지급 약정이 부당하게 과다해 감액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