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나라 살림을 뒷받침 할 정부 예산안의 효률적 배분과 집행이 있어야겠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하고 있다. 블랙홀이다. 이를 틈타 국민 여망을 무시한 채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이나 챙기려고 달려들고 있다고 한다. 몰염치한 행위다. 대통령을 앞세워 자기 잇속이나 챙긴 최순실 일당이 국정농단 세력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작금 우리 국회는 사상 최대인 400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시한이 오늘인데도 아직 여야 간 합의에 실패한 상태다. 여야는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 수정안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법정 시한 내 처리가 어렵게 됐다. 국회법상 11월30일까지 예결위에서 심사를 마쳐야 하는데 몇 가지 이유로 내년도 예산을 의결하지 못한 것이다.

예산안이 기한 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정부 일반회계로 누리과정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최대 1조5000억원에 이르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들어오는 세금 규모로는 1조원대의 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증세안(增稅案) 처리를 통한 세입(稅入) 확충 후 누리과정 예산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연간 최소 1조7000억원에서 최대 8조원의 세입 확충이 가능한 법인세·소득세 인상안 협상이 풀리지 않으면 누리과정 예산 협상도 ‘교착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지난 9월28일 청탁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증액심사 과정을 공개해 ‘쪽지예산’을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기획재정부도 ‘쪽지예산’ 청탁을 부정청탁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는 예산안조정소위 안에 밀실과 다름없는 별도 소위를 만들어 논의하고 있다. 비공개를 고집한 이유는 뻔하다.

지역구 예산을 챙기려고 의원들 간 아귀다툼하는 추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들이 증액을 요청한 사업만도 4000건이 넘는다. 대부분 지역 민원사항들이다. 이 민원을 예산에 모두 반영하려면 40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예산안의 10%에 해당한다. 이런 현실임에도 국가 정책사업보다 지역구 일에 매몰돼 국민 세금을 비생산적으로 사용코자 하려는 의원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회의원들은 예산안을 정밀하게 심사해 국리민복을 위해 투자하도록 합의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당이 단독 수정안을 내서 표(票) 대결을 노려볼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이 힘을 합칠 경우 총 300명 의원 중 과반 이상 의원 확보가 가능해 국회통과를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세입과 세출 예산안은 정부가 동의를 얻어야 증액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수결 표결로 확정 지을 수 없다. 야당이 어떻게든 정부, 여당과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다.

지금 한국 경제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4·4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까지 나온다. 내년 경제성장 역시 하향 조정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내년 예산과 법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준다. 정치권은 예산심의에서만큼은 정파적 입장에서 벗어나 한국 경제의 명운을 가른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국민경제를 갉아먹고 있다. 예산시스템 어디에 구멍이 생겼는지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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