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의 소명감이 그 어느 때보다 요청되고 있는 요즘이다. 최순실 일당의 국정 농단으로 국가의 동력이 떨어져 ‘국가 표류’로까지 우려되는 현실이기에 하는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아야 할 집단은 바로 공무원들이다. 북핵 대응 강화, 경제회복 기반 마련, 특히 겨울철 서민생활 지원 등은 공무원들이 맡은 본분을 다할 때만 가능한 일들이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는 사법당국에 맡기고 정부는 튼튼한 안보 기반 위에 민생의 경제기반이 약화되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 공직사회가 상상 이상으로 술렁이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광풍으로 혼란상이 밖에서도 그대로 감지될 정도다. 설상가상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거부, ‘232만 횃불’이 상징하듯 민심이 격분해 위기 상황이 증폭되고 있다. 국가 행정수반의 기능이 멈췄는데 공무(公務)인들 온전히 굴러갈 리 없다. 더 큰 문제는 관가의 이런 무기력증이 하루 이틀 안에 수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리적 붕괴로 공직의 정상 시스템이 마비되다시피 한 데다 고장 난 톱니바퀴를 당장 제대로 돌릴 수 있는 기제를 찾기도 어렵다. 

공직자들의 충격 배경을 이해 못할 리 없다. 공직 이력조차 한 줄 없는 일개 민간인의 농간에 공무 조직이 몇 년째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놀아났다. 밤을 새워 했던 일이 과연 누구의 지시였으며, 누구를 위한 작업이었는지 자괴감이 들 것이다. 일선 공무원들은 중심을 잡으려야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각이 굴러가는 모양새만 봐도 딱하기 짝이 없다. 바퀴가 빠지지 않고 이만큼이라도 굴러가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런 현실이기에 공직자들이 허탈감에 빠져 일손을 놓을 수도 있다. 걱정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판에 대한민국 정부의 마비 상태가 몇 달 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문가 기고문이 실렸다. 필자는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다. 그의 정국 진단은 명료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력은 고갈됐으나 대체 권력이 등장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정 공백의 심화를 부를 수 있다.

현실은 암담하고 당장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언제까지나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국정 마비가 풀려 국민 신뢰가 회복될 때를 마냥 기다려서는 답이 없다. 절망과 자존감의 상처가 아무리 깊더라도 공직사회가 국민보다 먼저 힘을 내고 묵묵히 일어서 줘야 한다.

자금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오랜 내수 경제 침체에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시장마저 얼어붙고 있다. 설사가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전보다 0.4%포인트나 낮추면서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더 짙어지고 있다. OECD는 특히 정치적 불확실성을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국제기구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정치 리스크를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 이례적이다.

행정 일선의 공직자들이 흔들림 없이 버티고 서야 한다. 공직에 입문할 때의 초심을 살리길 당부한다. 정권은 시한부이지만 국가와 정부, 국민은 영속돼야 하는 관계다. 국민에 빚진 마음이 있다면 공직의 사명감을 추슬러 분발하는 것으로 갚길 바란다. 국민 신뢰를 다시 쌓는 단 하나의 길이다. 공직자들이 국가와 국민 보위의 최후 보루임을 재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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