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부 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주 어수선한 정국에서도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 승진인사가 서민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고졸출신'으로서 겪었을 고달픔과 서러움을 모두 이겨내고 장인정신으로 마침내 정상의 자리에 올라 선 모습은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라는 요즘의 사회분위기와 대비됐다.

하지만, 몇년전 '고졸출신 첫 사장'이 됐던 그가 이번에는 '고졸 출신 첫 부회장'으로 호명되며 개인적인 성취의 과정마다 항상 첫 머리에 '고졸 출신'이란 말이 언급되는 언론보도에는 얼마간의 씁쓸함이 일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정보화시대를 만들고 이끌어 나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가 하나같이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지만, 미국 언론 그 어디에서도 그들의 성공을 '고졸신화'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기 업무에 대한 강한 열정과 전문성, 자부심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것이지 학력이 그들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로 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회적·경제적 성취를 이룬 사람은 으레 대학교를 나와야 하고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성공하면 무언가 신기한 사람, 별종으로 치부하며 '신화'라고 간단하게 이름지어 버린다.

그 사람이 남들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대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해도 한번 '고졸신화'는 영원히 '고졸신화'로 불린다.

사실 그들은 '고졸'이라는 하나의 라벨로만 봤을 때는 대졸자 성공자들과는 다른 예외적인 사례이지만,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속성들의 측면에서 보면 예외사례가 아니라 평균값일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소품종 대량생산·대량소비의 포드적 생산체제에서 살 수 없다. 소비자의 수요는 갈수록 다종다양해지고 수시로 변한다. 외부에서는 세계화로 엄청난 경쟁 압박이 밀려온다. 이러한 때에는 남들 가듯이 대학가서 취직이란 단일 목표를 위해서 스펙경쟁하는 범용인재만으로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우리의 청년들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개성과 소질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일을 벌여 나갈 때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아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과정을 걸은 사람을 별종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가 이룬 성취를 학력으로 결부짓지 않고 성공 그 자체로서 평가하는 문화적 토양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