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고금과 양의 동서를 떠나 사람이 중요하다. 사람이 역사를 만들어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지도자임에랴. 왜. 지도자의 책임은 무겁고도 커 영향력이 지대하기에 그렇다.

맹자가 제나라 평륙 고을 수령에게 “당신의 부하 중에서 창을 든 병졸이 하루에 세 차례나 자기 대오에서 뒤떨어지면 어찌 하겠느냐”고 물었다. 수령은 대답했다. “세 차례까지 기다릴 것도 없습니다(不待三).”

맹자는 이후 여러 고을 수령들을 만났다. 훗날 제나라 선왕을 만나 “자기의 죄를 아는 사람은 오직 공거심(孔距心) 한 사람뿐(知其罪者 惟孔距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제나라 왕은 이렇게 답변했다. “그것은 다 과인의 죄입니다(此則寡人之罪也).”

제 선왕으로 하여금, 본인 스스로 과오를 깨닫게 유도하는 맹자의 능란한 화술이 번뜩인다. 특히 부하 공직자들이 일을 잘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철학이 옳지 못한 근본 까닭을 지적하면서 군주 스스로 반성하도록 유도한 점이 눈길을 끈다. 위정자를 향해 가혹하리만큼 신랄한 추궁을 조금도 굽힘없이 뱉어 내는 맹자의 훈계가 빛을 발한다.

그렇다. 지도자는 모름지기 자신의 과오는 물론 부하직원의 잘못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개선코자 노력해야 한다. 물론 측근 비리와 관련해선 인정을 베풀어선 안 된다. 괄골료독(刮骨療毒), 살을 가르고 뼈를 깎아 독을 치료한다는 비장감이 있어야 한다.

‘삼국지연의’의 영웅 관우가 조조 군의 독화살을 팔에 맞고 점점 악화될 때 태연히 의원에게 치료받은 데서 나왔다. 상처를 살펴보던 화타(華?)가 조용한 곳에 기둥을 박고 고리로 팔을 단단히 묶은 다음 하는 말이 “뾰족한 칼로 살을 째고 뼈를 드러내 뼛속에 스며든 화살 독을 긁어내야 한다”고 말한 데서 유래한다.

지도층의 처신은 중요하다. 일거수일투족을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큰 영향을 미친다. 국가의 존망(存亡)을 좌우한다. 그럼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층이 존경받고, 그들의 말에 힘이 실리는 길은 무엇일까. 솔선수범이다.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라고 하면 따르는 이가 없다. 마땅한 말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행위를 본보기로 만들어야 신뢰를 얻어 관리하고 통치할 수 있다.

자신이 바르지 못하면서 남을 바르게 하는 법이란 없다. 공자는 계강자에게 한마디 덧붙이기를 “군자의 덕은 바람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고 했다. 바람이 풀에 분다면, 풀은 반드시 바람의 방향에 따라 눕게 될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정치인이 모범을 보이면 백성이 모두 그에 따를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한데 요즘 우리 사회에 과연 진정한 지도자가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회의감이 밀물처럼 가득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보듯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는 여당인사와 행정부 관료 등 지도층이 직무를 유기한 게 적잖은 원인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정치권을 비롯한 지도층을 향한 민심의 분노가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이유다. 지도층이 지위에 걸맞는 책임, 곧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해야 함을 말해준다. 겸허한 마음으로! <유나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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