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선방 후 비상
SK 하이닉스, 인고의 세월 끝에 마련된 도약의 계기

▲ '8Gb LPDDR4 모바일 D램'. 자료=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효자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했다. 상반기에는 전세계적인 수요침체로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출하량은 늘어도 수익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판매가격 상승으로 수익이 크게 개선됐다.

그 결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3조37000억원에 이어 4분기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4조원을 넘어서고,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대(약 1조3000억원) 진입이라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투자금융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는 세계경제의 계속된 침체와 예상을 빗나간 전격적인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원유·원자재가격도 큰 흔들림이 있었다. 자연히 산유국 신흥시장(Emerging Markets)과 미국의 IT·반도체 수요에 많이 의존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하락세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은 D램 분야에서는 판매가격 하락으로 부진했지만, 낸드플래시와 시스템LSI(고밀도집적회로, large scale integration)가 이전보다 둔화되기는 했지만 선방하며 추가적인 실적 하락을 막았다.

반도체 산업의 계절적인 비수기라는 1분기에 여러 가지 악화된 대외환경 속에서도 D램의 부진을 낸드플래시와 시스템LSI가 상쇄하면서 영업이익 2조63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에 기록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2조9300억원에 이어서 반도체 부문의 1분기 실적 기준으로는 사상 2번째로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SK하이닉스 또한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가격 하락과 생산량 감소로 1분기 영업이익이 5620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크게(64.6%) 감소했다.

2분기에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SSD를 중심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20나노 D램과 V 낸드, 14나노 모바일 AP 등의 경쟁력있고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2조6400억원 영업이익이라는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수요 회복으로 출하량이 당초 계획을 상회하며 늘었지만 지속된 가격하락으로 영업이익은 줄어 영업이익 4529억원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수요 강세와 컴퓨터 메모리 수요 회복으로 출하량은 증가했지만 판매가격 하락으로 생산증가가 기업의 수익 증가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상반기의 선방 또는 기대미흡의 수세적인 국면은 D램과 낸드 플래시 가격이 상승으로 반전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앞서 밝힌 대로 양사의 실적을 견조하게 지켜주고 있다.

내년 전망도 긍정적이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의 집계에 따르면,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합계 점유율이 74%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D램 가격 상승을 계속 이끌고 있다. D램 반도체 가격의 강세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국내 스마트폰 부문을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반도체 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 둔화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간 경쟁이 더욱 심화되면 하드웨어 스펙 강화를 위해서 그만큼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다.

이에 더해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 클라우드 등의 융·복합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덩달아서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늘어날 전망인 반면 공급측의 경쟁은 당분간 느슨할 것으로 보여 국내기업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안보상의 이유로 중국계 기업이 미국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적극 견제하고 있는 데다 자국의 산업을 육성하려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중국의 반도체 진출은 더욱 더뎌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국내 양사에게는 공급경쟁의 부담이 덜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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