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 변호사

A는 처음으로 외제차를 구입하여 들뜬 마음에 조심조심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차로 신호대기 중 뒤에서 운전 중이던 B의 차량이 A의 차량 후방부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다행히 A는 부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차량 후방의 트렁크가 찌그러지고 램프가 깨지는 등의 손해를 보았다. A소유 차량의 수리비는 2,000만원이 나왔는데, 전액 B의 보험사에서 지급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A의 차량은 이른바 사고차량이 되어서 중고시세가 1500만원 정도 하락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A는 B로부터 차량 수리비 이외에 중고시세 하락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겠는가.

자동차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고의 책임자는 그 책임 비율에 따라서 상대방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손해가 있었다면 대인사고로 피해자가 입은 병원비, 개호비, 일실이익, 위자료 등을 배상해야 할 것이다. 본건의 경우 정차 중인 차량을 후방에서 충돌한 경우이므로 거의 100% 책임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 자동차가 파손된 경우, 당해 자동차의 수리비나 교환차액(중고시세)을 손해로 배상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에 대한 수리가 모두 돼서 차량의 기능상, 미관상에는 하자가 남아 있지 않으나(경우에 따라서는 미관상 더 좋은 상태가 되었을 수 있음), 당해 차량은 이른바 ‘사고차량’에 해당돼 중고시세가 하락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사고로 인한 중고시세 하락을 ‘격락손해’라 한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격락손해에 대해 가해자가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어 왔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차량 등록 후 2년 내에, 차량 수리비가 사고차량 가격의 20%가 넘는 경우’에 한해 수리비의 10~20%를 격락손해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법원에서는 차량에 대한 감정 등을 통해서 사고 유무에 따른 감정가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도 서울 중앙지방법원은 출고된 지 몇 달 안 된 카니발 차량에 대한 교통사고에서 차량의 수리비가 모두 배상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고로 인한 교환가치의 하락분에 해당하는 손해, 즉 격락손해가 인정된다고 하면서 220만원을 추가로 배상하라는 판단을 하기도 하였으며, 우리 대법원도 이와 같은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다.  <이주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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