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만 인수로 단숨에 전장 사업 글로벌 플레이어 부상
LG전자, VC본부 강화 아래 관련 계열사 자원 총체적 활용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올해 발생한 스마트폰 사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단일품목 생산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일깨워줬다. 아무리 빼어난 실적을 거두고 잘 나가더라도 한 품목이 무너지면 회사 전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회사의 수익도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절감한 한 해였다.

이에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후발 중국 전자업체의 거세지는 경쟁압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자동차 전기장비사업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피쳐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듯이 우리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자동차도 스마트카로 자연스럽게 변모할 것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카 시대를 맞이해 자동차에 탑재될 전기장비 부품사업은 2025년에 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앞으로 10년간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기술이 자동차에 장착될 비율은 약 9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달부터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체제가 본격 발효됨에 따라 앞으로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을 하면서 기존 연료차를 대신해 전기차 활용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연히 이러한 사업 환경변화가 대규모 배터리 수요 등을 통해 전자업계에 새로운 기회, 활로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전자 양강의 전장사업 전략의 대비도 흥미롭다. 지난해 전장사업부를 만들면서 뒤늦게 전장사업 분야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올해 대규모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린 반면에 지난 2013년에 이 부문에 먼저 진입한 LG전자는 자동차부품(VC) 사업부를 중심으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관련 계열사와의 연합을 통해 신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올해 전장업계 최고의 화제는 단연 지난달 삼성전자가 전격적으로 발표한 세계적인 전장부품기업 하만(Harman Int.)의 인수다. 80억 달러(한화 약 9조4000억원)의 인수금액도 놀라웠지만, 자동차에 탑재되는 오디오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에서 시작해 커넥티드카, 사물인터넷(IoT) 기반 제품까지 세계적인 제품군과 고객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는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삼성전자가 전장사업 분야를 뛰어넘어 완성차 시장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올 정도였다.

이에 대해 지난달 21일 있었던 하만 인수 관련 기자회견장에서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장(부사장)은 "내년에 있을 주주총회와 각국 규제당국의 독점여부 승인을 거쳐 최종적인 인수합병 완료까지 아직도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며 "합병에 따른 최종적인 결과물이 나오려면 빨라야 2018년으로 보고 있다"고 말해 섣부른 추측에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5세대 이동통신(5G)를 비롯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인공지능(AI), 음성 인식 등 하드웨어와 UX(사용자경험) 기술을 하만의 전장 사업 관련 기술과 결합해 이제까지와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LG전자 또한 지난 2013년 자동차부품(VC)사업부를 세워 전장사업에 뛰어든 이래 연간 100%까지 이르는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는 등 양적으로 계속 성장세이다. GM과 폭스바겐, 르노, 현대자동차 등 고객망도 좋지만 주력공급품이 저가 시장(Low-End Market) 위주여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고민이 깊었다.

LG전자는 주력공급품이 텔레매틱스(차량내 무선인터넷 서비스)와 내비게이션 등에 국한돼 있고 유럽의 경쟁사보다 저가에 공급해 이루는 성장방식은 한계에 부딪힌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LG전자는 지난 1일 발표한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VC사업본부 임원을 대거 승진시킴과 동시에 부서 세분화를 통해서 책임을 명확히 하고 글로벌 거점 센터를 만드는 등 전사적으로 VC사업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차량내부인포테인먼트(IVI) 사업부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인력을 통합, 카인포테인먼트를 총괄하는 스마트사업부를 신설함과 동시에 전기파워트레인과 자동차 엔지니어링 사업 등 친환경 전기차 부품 분야는 그린사업부로 통합해서 사업내용별 '선택과 집중'을 도모했다.

또, VC사업본부 산하에 지역거점별로 개발과 생산·품질·영업을 총괄하는 북미사업센터·유럽사업센터·중국사업센터 등 3개 센터를 마련해 글로벌 고객 대응역량을 키웠고, 'B2B마케팅FD'를 신설해 전사적인 기업간거래(B2B) 마케팅 역량을 강화했다.

지난 세월 쉼 없는 혁신과 발 빠른 전략수립으로 스마트폰과 가전부문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입지를 굳힌 국내 전자업계의 양 거인이 바야흐로 펼쳐지는 융·복합 시대에 새로운 먹거리인 자동차 전장사업 분야에서 어떠한 성과를 거둘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