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앞선 미래연구·개방형 R&D 체계 구축
GE·지멘스-대동소이…듀폰-용두사미 평가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오랜 역사를 지닌 글로벌 기업은 공통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지속적인 연구와 글로벌 기반의 개방형 R&D(연구·개발)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23일 포스코경영연구원은 '미래를 준비하는 글로벌 장수기업의 엇갈린 운명' 보고서를 통해 100년 이상 지속한 글로벌 기업인 GE와 지멘스, 듀폰의 장수비결을 분석했다.

박준하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변화와 혁신의 시기에는 어떠한 업종도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며 "GE와 지멘스, 듀폰은 10여년 전부터 미래연구를 시작, 연구에서만 끝나지 않도록 본사 R&D 중심으로 개방형 체계를 구축한 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GE는 124년, 지멘스는 169년, 듀폰은 214년 동안 기업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GE는 지난 2010년부터, 지멘스는 2001년, 듀폰은 1998년부터 미래연구를 본격 착수하고, 글로벌 기반 개방형 R&D 체계를 갖췄다.

미국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최근 60여년간(1955∼2015년) 500대 기업의 생존율은 12%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의 생존율에 관한 설문에서는 응답자 중 49%가 10년 후 30대 그룹의 50%만 생존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GE와 지멘스의 미래 준비는 비슷하지만, 신사업 추진 면에선 독특한 차이를 보여 대동소이하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미래연구 결과를 사업전략 수립 및 중점기술 선정, 브랜드화 등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또, 지난 2014년 이후 '디지털' 비전을 선포해 사업 재편과 S/W 전문가 육성에 공을 들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GE가 기술·마케팅부문의 협업 체계를 수립하고 디지털사업부에 역량을 집중했지만, 지멘스는 본사 R&D 산하 마케팅·기술·벤처투자(VC)를 통합 운영해 전 사업부에서 디지털 관련 사업을 수행토록 했다.

듀폰은 시작보다 끝이 아쉬워 용두사미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 준비를 선도한 기업으로서 R&D 역량을 갖추고도 사업성과가 악화돼 다우케미칼에 합병되는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듀폰은 지난 1998년 농업·산업 및 바이오·첨단 소재를 포괄하는 '통합과학(Integrated Science)' 회사가 되기 위해 분야별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신흥국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 달러 강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섰고 지난해 말 결국 다우케미칼과 합병이 결정됐다.

박 연구원은 "핵심 리더의 신속한 확보, 기존 사업의 지속적인 성과 실현, R&D 역량 발휘보다는 사업역량 강화 등이 미래 대응의 핵심 요인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듀폰은 그간의 성공 방정식인 R&D 역량에만 집중하고 자체 조정에만 주력해 사업 성과까지 하락했던 점이 실패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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