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앞선 미래연구·개방형 R&D 체계 구축
GE·지멘스-대동소이…듀폰-용두사미 평가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오랜 역사를 지닌 글로벌 기업은 공통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지속적인 연구와 글로벌 기반의 개방형 R&D(연구·개발)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준하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변화와 혁신의 시기에는 어떠한 업종도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며 "GE와 지멘스, 듀폰은 10여년 전부터 미래연구를 시작, 연구에서만 끝나지 않도록 본사 R&D 중심으로 개방형 체계를 구축한 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GE는 124년, 지멘스는 169년, 듀폰은 214년 동안 기업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GE는 지난 2010년부터, 지멘스는 2001년, 듀폰은 1998년부터 미래연구를 본격 착수하고, 글로벌 기반 개방형 R&D 체계를 갖췄다.
미국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최근 60여년간(1955∼2015년) 500대 기업의 생존율은 12%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의 생존율에 관한 설문에서는 응답자 중 49%가 10년 후 30대 그룹의 50%만 생존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GE가 기술·마케팅부문의 협업 체계를 수립하고 디지털사업부에 역량을 집중했지만, 지멘스는 본사 R&D 산하 마케팅·기술·벤처투자(VC)를 통합 운영해 전 사업부에서 디지털 관련 사업을 수행토록 했다.
듀폰은 시작보다 끝이 아쉬워 용두사미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 준비를 선도한 기업으로서 R&D 역량을 갖추고도 사업성과가 악화돼 다우케미칼에 합병되는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듀폰은 지난 1998년 농업·산업 및 바이오·첨단 소재를 포괄하는 '통합과학(Integrated Science)' 회사가 되기 위해 분야별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신흥국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 달러 강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나섰고 지난해 말 결국 다우케미칼과 합병이 결정됐다.
박 연구원은 "핵심 리더의 신속한 확보, 기존 사업의 지속적인 성과 실현, R&D 역량 발휘보다는 사업역량 강화 등이 미래 대응의 핵심 요인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듀폰은 그간의 성공 방정식인 R&D 역량에만 집중하고 자체 조정에만 주력해 사업 성과까지 하락했던 점이 실패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송호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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