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으로 기술충격 기회요인으로 삼아야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논하기 위해 '최순실게이트'를 언급하고자 한다. 다소 엉뚱한 접근으로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퍽 흥미로운 유사성이 있다. 최순실게이트는 민주주의에서 한참 물러서 시대 흐름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채 절름거리는 낡은 정치 시스템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반면 비민주적인 정치 행태에 대항해 국민이 보여준 저항은 어떤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민주적인 시민과 비민주적인 정치권력의 모습이 좁은 이 땅, 한 시대 속에서 명암(明暗)으로 공존하고 있다.

<편집자주>


[일간투데이 홍보영 기자] 전 세계 산업을 넘어서 경제·사회 전반에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키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역시 이번 사태와 비슷한 숙제를 안고 국내에 착륙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담론의 속살이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력은 데이터와 지능형 정보통신기술로 두 영역의 융합을 통해 산업 전반에 폭발적인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다.


이 기술충격은 데이터를 생산, 유통, 소비하는 전 과정의 변화와 함께 일어났다.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쉽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데이터 사용비용이 급락했고 이는 기술 민주화를 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크라우드 소싱, 3D프린팅의 발달로 제품 설계·제작이 용이해지면서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기업이나 기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일에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이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시대만 해도 달 탐사 사업에 10년의 세월과 1000억 달러의 국가예산이 소요됐다. 그런데 현재 50여명의 직원을 둔 '문 익스프레스(Moon Express)'가 미 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받아 2017년 로봇 달 착륙선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달 착륙에 성공할 경우 구글이 'LunarXPRIZE' 프로젝트를 통해 내건 상금 2000만 달러(222억원)를 획득할 수 있다. 합성생물학 부문에서도 컴퓨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단백질과 진(gene·유전자) 실험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것이 바로 빅데이터와 강력한 컴퓨터 기술이 가져온 기술 민주화다.

◇ 국내 재벌 체제로는 기술충격 흡수 못해
그런데 기술과 데이터 생산, 소비, 저장 방식 등 모든 것이 민주화되고 있음에도 유독 국내 정치적 거버넌스(Governance)와 관료체제만은 비민주적이다.
박병원 미래연구센터 센터장은 "후발 추격자로서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은 대기업 중심의 추진력이었다. 재벌 시스템이 위험 부담을 분산시켜 온 것"이라며, "하지만 이는 국정시스템의 경직을 초래했고, 기술충격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사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은 제조업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혁명을 주도하는 '4인방(Gang of Four)'이라 불리는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같은 플랫폼을 개발·상용화한 기업이 전무하다. 에릭 슈밋(Eric Schmidt) 구글 회장은 이들의 성공 비결이 강력한 플랫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각 경제 주체 간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는 플랫폼서비스가 4차 산업혁명으로 향하는 관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게다가 미국과 더불어 글로벌 시대 주요 2개국(G2)인 중국이 국내 제조업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 국내기업 기술력보단 창의력으로 승부
중국의 기술 추격과 선진 국가의 소프트웨어 경쟁력 사이에서 일명 샌드위치 경제 상황에 처한 한국은 나름의 경로를 모색해야만 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까지 70억 달러(약 8조2000억원) 규모의 디지털 사업을 수주한 GE가 모든 제조 기업에 디지털생태계를 개방하겠다고 밝혀 충격을 줬는데, 이는 데이터 수집에 있어 타 기업의 추격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국내기업은 공개되는 방대한 데이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덧입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한다. 기술 측면에서는 해외 선진기업과의 협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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