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 여세 몰아 북미시장 공략 강화
LG전자, 생활가전 '1등주의 DNA'의 전사적 확산·전파

▲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17'이 열렸다. 삼성전자 전시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QLED TV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지난 5일부터 8일까지(이하 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 'CES2017'이 끝났다. 최근 부쩍 관심이 높아진 IT(정보기술)와 자동차를 연결시킨 커넥티드 카와 자율주행차 바람을 타고 가전쇼라는 이름과 달리, 현대자동차, GM 등 자동차회사도 대규모 전시 부스를 마련해 홍보활동을 해서 앞으로의 세계 산업계 흐름을 미리 살펴 볼 수 있었다.

이 행사는 국내 전자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모색을 시장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 기간 중에 발표된 잠정실적이 한쪽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다른 한쪽은 '어닝 쇼크'를 나타내서 행사를 준비하는 마음이 똑같지는 않았지만, 두 회사 모두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은 미래를 펼쳐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6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업계의 컨센서스를 1조원이나 상회한 9조2000억임을 알린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마음이 가벼운 입장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문은 지난해 4분기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 수량은 적어도 영업이익이 높은 프리미엄 전략을 쓴 것이 적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4분기는 미국 추수감사절 즈음한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연말 특수라는 계절적 성수기 요인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윤부근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문(CE) 사장은 지난 4일 CES2017 미국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은 잘 되면 본인의 의사결정이 다 맞다고 생각하고 남의 말을 안 듣기 때문에 오류가 생긴다"며 '승자의 오만'을 경계했다.

그리고, 화질 경쟁보다는 소비자 만족도가 중요하다면서 IoT(사물인터넷)을 이용한 '연결성'과 '소비자 배려'의 혁신을 이끄는 다양한 제품들로 계속해서 시장을 선도할 것임을 밝혔다.

윤 사장은 "'스마트 홈' 기능이 탑재된 신개념 냉장고 '플렉스워시'와 건조기 '플렉스드라이', 메탈소재를 적용해 화질의 완성도를 높인 'QLED ' 등이 늦어도 오는 3월까지는 국내와 북미 시장에 모두 들어간다"며 "이를 앞세워 올해도 생활가전 부문서 지난해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실적과 혁신적인 제품들에 대한 호평에도 삼성전자의 사업 리스크는 대외 변수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예상이다. 이번에 지난 2013년 3분기 10조4000억원 이후로 3년만에 분기 최대실적을 거둘 수 있도록 뒷받침한 반도체부문은 중국 스마트폰 및 PC업체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세인데다 트럼프 집권 후 '강 달러'로 상반기 환율 상승효과까지 예상돼 올해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반면, 기업 내부적으로는 지난 6일 박영수 특검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해,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을 소환 조사했고, 삼성전자 수뇌부들도 조사를 앞두고 있어 경영 집중이 힘든 여건이다. 아울러, 최순실 게이트 관련된 일련의 행태에 대한 국민여론의 실망과 반감을 어떻게 투자와 고용으로 반전시키는가도 삼성의 과제이다.

이에 반해, 당초 증권업계에서 형성되던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반전시키는 353억원의 적자를 본 LG전자는 무거운 분위기이다. 의욕적으로 내놓았던 'G5'에서 쓰디쓴 실패를 맛본 뒤에 출시된 'V20'도 시원찮아서 경쟁사의 갤럭시 노트7 조기 단종이라는 기회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이 부진하더라도 반도체의 약진으로 충분히 상쇄하는 반면에, LG전자는 생활가전부문 하나의 엔진으로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부문의 손실을 막으려 했으나 중과부적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 TV패널 가격의 상승과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을 대비한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으로 생활가전부문의 힘도 예전보다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17'이 열렸다. LG전자 전시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이에 지난 7일 CEO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연 조성진 LG전자 CEO(부회장)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CEO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1등 DNA를 LG전자 전 사업에 이식해 LG 브랜드를 고객이 선망하는 진정한 일등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사업 포부를 밝혔다.

조 부회장은 수익과 성장의 발전적인 선순환 사업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B2C사업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강화하고, B2B사업은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특히, 초 프리미엄 브랜드를 관리하는 'LG시그니처 위원회'를 직접 챙겨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또, 이번 전시회에서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AI(인공지능) 기술인 '딥 씽크'를 활용해 소비자의 생활패턴과 주변 환경을 스스로 학습해 작동하는 가전제품과 로봇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송대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 앤드 에어솔루션(H&A)사업부 사장은 지난 5일 라스베이거스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통신 기술과 딥러닝 기술을 융합한 인공지능 가전을 꾸준히 선보여 스마트홈 시장을 선도하겠다"며 "올해 출시하는 모든 가전제품에 무선인터넷(WiFi)를 지원하고, 개개인의 로봇역할을 할 허브로봇도 연내 출시, 다양한 소비자 혜택을 줄 것"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서 LG전자는 IoT나 스마트홈 인력을 지속적으로 보강·투자함과 동시에 MC사업부나 HE사업인력풀을 최대한 이용하고 외부업체와의 제휴도 확대하고, 더 나아가 사업방향목표에 맞는 인수합병(M&A)까지 검토하고 있다.

역시 이번 행사에 참가한 조준호 MC부문 사장은 지난 6일, 다음달 27일부터 3월 2일까지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쇼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G6'를 출시할 "준비가 잘 되고 있다"며 "기대해 달라"는 말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울러, LG전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손잡고 커넥티드 카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인 것을 염두에 두고서, "커넥티드카와 관련해 스마트폰 사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올해의 (사업구상도) 여기에 착안해 진행할 것"이란 뜻을 밝혔다.

LG전자는 대외적인 변수와 관련해서 영향 받을 요인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기업 내부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워낙 열세인 MC부문의 조속한 정상화가 시급하다. 올해는 단기적으로 MC부문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배터리 일체형 G6의 성공을 실현해야 하며, 조 부회장이 밝힌 바처럼 생활가전부문의 '1등주의 DNA'를 기업의 전 부문으로 확산시켜 '턴 어라운드(전환)'를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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