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가 정말 어렵다.

또 지금의 어려움은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닌 대, 중, 소, 종합, 전문 가릴 것 없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있다. 그 원인으로는 미국발 경제난의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실은 10여년 동안 지속되어온 최저가제의 후유증과 피로도가 누적된 결과나 다름없다.

현행 최저가 제도는 결론적으로 100장의 벽돌이 있어야만 완공이 가능한 공사를 50장의 벽돌로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제도다. 삼척동자라도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수 있는 이 제도의 무모한 운용이 오늘의 업계 부실로 돌아왔다.

그동안 최저가로 인해 업계가 붕괴되었어야 하지만 오늘까지 유지 될 수 있었던 것은 원도급, 하도급이라는 특수 구조를 통해 리스크가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전 업계가 그로인한 전대미문의 홍역을 치루고 있다.

최저가제의 도입당시 배경은 국내 건설입찰제도를 국제표준화함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책당국의 의도였다면 이를 사용자로서 받아 들여야 하는 업계의 생각은 다년간 최저가제가 시행됨으로서 과열 경쟁구도가 해소 될 수 있겠다는 망상의 결과물인 것이다.

또 기술적으로는 수주를 목적으로 하는 업체의 자세가 응찰 금액을 자사의 수행능력이 고려된 것이 아닌 운찰제로 변한 입찰 사이클에 맞춰 일단 맞추고 보자는(궁극적으로 살아 남는 길)수단이 되어버렸다. 결국 수주산업이라는 업계의 특성은 제도 운용과정에서 서구화된 정부 당국의 이상주의 보다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살아남는 길을 택함으로서 극명하게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보여준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국내 건설업계는 과거 현행과 같은 저가 심사제가 없는 순수 최저가제로 인해 1원짜리 낙찰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그 때의 시장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당시는 1원 낙찰로 인한 기업의 이미지 제고, 다른 공사에 대한 특혜, 특정 지역에 대한 보은등, 별도의 보전 수단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목가적인, 온정이 우선시되는 낭만의 시대가 아닌 것이다.

정부와 업계 그리고 전문가 일각에서는 최저가 제도에 대한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함에도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정부의 이상과 업계의 시장 현실은 결코 뛰어 넘을 수 없는 큰 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업계의 수준이 산업발전을 위해 진일보한 수준을 이해하고 그것에 적응해갈 수 있는 업체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다수의 산업을 아끼는 사람들은 최저가제로 인한 여러 가지 폐해를 우려한다. 적은 공사비로 온전히 공사가 수행될 수 없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실이 더 두려운 것이다.

예산 회계당국은 최저가제가 단순 건설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재인식해야만 하겠다. 그것은 건설업계를 맹목적으로 보호하자는 것이 아닌 발주자로서 정당한 공사대금을 주고 그에 상응한 최고 품질의 결과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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