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존재 이유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길을 가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휩쓸려 위기에 처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해산하고 새로운 법인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앞장서 사태를 진화하려는 모습이 보기에도 딱한 처지였다. 증거를 인멸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타까지 받는 입장이다.

이런 현실에서 전경련이 오늘 중대 기로에 선다. 전경련 회장단이 12일 새해 첫 비공개회의를 여는 것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을 비롯한 10대 그룹 총수는 대부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의 쇄신 방안 마련 및 차기 회장 선출 등이 안갯 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이번 회의는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올해 첫 회의다. 전경련의 싱크탱크 전환 등 쇄신안의 밑그림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한 얘기도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현 허창수 회장은 오는 2월 임기를 끝으로 이승철 상근부회장과 함께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데 허 회장을 제외한 대부분 총수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진로 자체 논의마저 이뤄질지 회의적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물론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 여파 탓이다.

이러니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마저 새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경련이 해체된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경련 내부에서 반세기간 이어져 온 정경유착의 그룻된 행태는 반드시 끊어내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기구이자 국내 경제현안에 대한 조사 및 정책연구의 역할을 담당하는 기구로서의 긍정적 역할은 지금도 어느 정도 필요한 게 사실이다. 지금은 전경련 해체가 아닌 전경련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본다. 악습은 끊어내고, 기존의 존재 목적인 건전한 한국경제의 싱크탱크(think tank)로서의 역할은 더욱 강화하는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우선 전경련 정관과 규칙을 새롭게 제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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