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전체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 기후변화라면, 인류 개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인권에 반하는 여러 가지 관습들이었다. 이들 관습은 종교적·민족적인 이유로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에 걸쳐 여성·어린이 등 소수자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었기에 이에 대응할 기관 또한 유엔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주목한 유엔 기구가 스스로 반기문 총장을 높이 평가했다.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인 유엔에서의 활동에 대한 찬사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헌신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오려는 반기문 전 총장을 앞두고 국내 일부에서는 폄훼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정작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재임 중의 성과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 없이 "한 게 없다"라든지 "무능" 정도로 두루뭉실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난들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한 뒤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하리라는 전제 아래 견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권주자’로서의 역량은 역량대로 엄정히 평가하고, 이미 10년 간 헌신을 끝낸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공과는 공과대로 따로 평가할 일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물론 논란이 없지 않다. 사무총장에서 내려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비판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유엔 결의안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유엔에서 얻게 된 기밀을 특정국가에서 사용을 막기 위해서다. 단순 권고사항이기에 처벌이 있는 건 아니지만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설도 없지 않다.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국민이여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기에 논란이 일 수도 있다.
게다가 조카 등 일가의 비리 혐의도 불거지고 있다. 반 전 총장 본인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약 2억8000만 원)를 받았다는 의혹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폭발력이 메가톤급이어서 향후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견된다. 유력 대권후보인 반 전 총장에 대한 냉엄한 검증이 시작됐다고 하겠다. 흑색선전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검증 시련’에 능동적으로 임하는 반 총장측의 자세도 요청된다. 여하튼 대과 없이 금의환향하는 반 전 총장을 환영한다. 국민통합과 남북 평화통일 등에 기여하길 기대하는 바 크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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