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한 초등학생이 방과 후의 선생님을 자주 바꾸지 말아 달라는 민원을 직접 제기했다. 그런가 하면 뺑소니 운전자에 의해 허물어진 한 노인의 집 담장을 사비로 복구해 준 경찰관이 별 일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고. 한푼 두푼 모은 돼지 저금통을 통째로 기부한 국밥집 아주머니의 따뜻하고 소박한 마음이 우울한 정초에 화제를 모았다. 어쩌면 이것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주인으로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요즘 대통령이 떨어뜨린 국가의 품격을 그나마 국민이 찾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 변명의 통로로 이용한 기자간담회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은 물론 특검에까지 나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박대통령이 특검은 물론 헌재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면서 기자들을 불러 모아 변명의 통로로 이용한 셈이다. 일국의 대통령의 처신으로는 좀 구차해 보인다. 그 뿐만이 아니다. 헌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하라는 청와대 행정관들조차 의도적으로 출석을 막고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는 청와대의 대응이 안타깝다. 감출 것이 많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감춘다고 감춰지는 세상이 아니지 않는가. 이제라도 대통령은 법리 뒤에 숨지 말고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들을 위해 특검이든 헌재든 당당하게 부름에 응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잘 못된 일은 직접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최소한의 애국이며 대통령의 품격이다.
■ 애민심 있다면 자리에 연연하겠나
황금 쌍 봉황 그림이 있는 대통령의 집무실. 누구라도 꿈꿔보는 자리이다. 그 자리에 앉아 나라 살림을 살뜰히 챙기는 장관을 불러 치하하고, 여야 대표를 불러 국정을 상의하고, 대기업사주를 불러 해외 굴지의 기업과 경쟁하도록 조언하고, 힘이 모자란 중소기업은 공적 자금을 풀어 마중물로 쓰게 하며, 지혜를 발휘해 골목 상권을 살려내는 성실한 자영업자들을 불러 격려하고, 섬마을 꿈 많은 아이들을 불러 사기를 올려주고, 노사가 싸우는 기업은 불러다가 타협점을 찾아주며 혼을 내기도 하고, 국빈을 따뜻이 대접해 국익을 챙기는 대통령.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2017년은 붉은 닭의 해다. 대한민국 송구영신의 소망은 송박영신으로 바뀌었다. 신년 벽두부터 송박을 위한 촛불이 다시 광장에 타오르면서 누적 천만을 넘어섰다. 단일 의제로 천만 촛불이 켜진 것은 세계사에 없는 일이다. 이를 바라보는 외신들이 놀라고 있는 이유다.
요즘 AI와 CI 때문에 못살겠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된다. 여기서 AI는 알겠는데 CI는 무슨 뜻일까? CI는 최순실 바이러스를 일컫는다고 한다. 최순실의 이름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AI로 3천만마리의 생닭이 땅에 묻혔다. 해당 공무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AI 방역에 힘쓰고 있지만 이미 종계가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닭과 계란이 정상적으로 공급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대목이다. <민수영 칼럼니스트>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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