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예전 로마시대에는 원정을 나가 승리하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하는 게 관례였다. 승리의 월계관을 높이 쓴 영웅은 전차 위에서 마중 나온 군중을 휘 둘러봤고, 군중은 꽃잎을 뿌리며 승리의 환호를 올렸다.

하지만, 모두가 승리의 기쁨으로 흠뻑 젖어 있을 그 때, 외마디 소리가 울린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이는 '승리에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환호를 받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해져라.'는 뜻이다. 로마에서는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이렇게 큰소리로 외치게 함으로써 승리를 만끽하는 와중에도 경계를 잊지 않았다.

요즘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무섭다. 주가는 190만원을 넘어섰고,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도 20%선을 다시 올라섰다.

당초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8조원대 초중반으로 내다봤다. 아무래도 조기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잠정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1조원 가까이 웃도는 9조2000억원의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였다.

후발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D램과 3D 낸드(Nand)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그 덕을 제대로 본 것이다. SK하이닉스 또한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기대감으로 연일 주가가 상승중이다. 모두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며 두 회사의 주가에 대해서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 바쁘다.

그러나, 시계를 불과 1년여 전으로 돌리면, D램 가격 하락과 중국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반도체 위기론이 제기돼 국회 공청회까지 열렸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 팹리스(설계전문업체)의 경쟁력을 키워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비중이 훨씬 큰 비메모리반도체에 뛰어들어야 한다. 팹리스의 설계가 바로 실현될 수 있도록 중소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를 든든하게 육성해야 한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전 반도체 호황 당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일본은 전전긍긍했다. 한국이 그 수익을 반도체 사업에 몽땅 재투자하면 일본은 어떻게 되냐는 것. 우리는 그 소중한 기회를 호황 거품속에 보내다가 외환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금 다시 찾아온 반도체 호황. 이번엔 제대로 활용해서 시장수요에 요동치는 '천수답(天水畓)' 경제를 탈출해야 한다. 잘 될 때 어려운 때를 경계한 로마인들처럼 다시 한번 외쳐 본다.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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