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해 오는 위기의 그림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던 1997년 외환의 데자뷔다. 수출·내수가 모두 부진한 ‘이중고’에 부딪친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혹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기업의 투자 등 경영활동이 위축되면 고용이 줄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과 실물경제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각종 지표들이 보여주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7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BSI가 전 분기(86) 대비 18포인트 급락한 68로 파악됐다. 이는 체감경기가 극도로 나빴던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BSI 지수(61~75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제조업체 675개를 대상으로 체감경기를 조사한 제조업 1분기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조금 낫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실정에서 오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겹겹이 쌓인 경제 악재 속에서 백병전을 한 것 같은 숨 가쁜 1년을 보냈다고 하겠다. 취임 당시였던 작년 초부터 중국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으며, 저유가로 인해 수출 부진이 이어졌다. 또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부동산 시장 호황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시한폭탄이 도사리고 있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북한의 5차 핵실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대외적인 충격도 이어졌다.
과제가 더욱 쌓였다. 유 부총리의 책무가 크고 무겁다. 1997년, 2008년 같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즉 슈퍼달러·초엔저가 앞으로 적어도 2~3년은 더 되고 위안화도 추가적으로 더 평가절하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위기를 당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대외 리스크가 증가해도 대내적으로 경제가 건실하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조개혁과 규제 혁파로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해 투자 활성화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경제활력을 제고하길 바란다. 정치권도 올 대선을 앞두고 과도한 정쟁(政爭)으로 위기에 처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1997년에도 대선이 있었다는 점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성찰해 보아야 할 때다. 유 부총리를 위시한 경제팀의 협력과 분발을 기대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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