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새해부터 체감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중국 성장둔화, 유가하락의 삼각파도가 엄습하고 있다. 한 가지만으로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악재가 트리플로 동시에 상승작용을 하면서 폭발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덮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신흥시장국의 자본유출을 촉발해 외화유동성이 취약한 일부 국가를 외환위기로 내몰고 있다. 특히 동남아 위기는 시차를 두고 한국 경제로 옮겨 올 수도 있다. 수출 부진 지속으로 기업부실이 급증해 2만2000여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3년 동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3300여 개나 되고 중소기업 좀비기업은 3만여 개에 달해 이대로 두면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전이돼 금융위기로 비화될 수도 있으므로 투자는커녕 기업 구조조정이 초미의 과제가 되고 있다.

엄습해 오는 위기의 그림자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던 1997년 외환의 데자뷔다. 수출·내수가 모두 부진한 ‘이중고’에 부딪친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외환위기 혹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기업의 투자 등 경영활동이 위축되면 고용이 줄고, 이는 다시 소비 위축과 실물경제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각종 지표들이 보여주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400여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17년 1분기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BSI가 전 분기(86) 대비 18포인트 급락한 68로 파악됐다. 이는 체감경기가 극도로 나빴던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BSI 지수(61~75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제조업체 675개를 대상으로 체감경기를 조사한 제조업 1분기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조금 낫지만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실정에서 오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겹겹이 쌓인 경제 악재 속에서 백병전을 한 것 같은 숨 가쁜 1년을 보냈다고 하겠다. 취임 당시였던 작년 초부터 중국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으며, 저유가로 인해 수출 부진이 이어졌다. 또 조선해운 구조조정과 부동산 시장 호황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시한폭탄이 도사리고 있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북한의 5차 핵실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대외적인 충격도 이어졌다.

과제가 더욱 쌓였다. 유 부총리의 책무가 크고 무겁다. 1997년, 2008년 같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 즉 슈퍼달러·초엔저가 앞으로 적어도 2~3년은 더 되고 위안화도 추가적으로 더 평가절하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위기를 당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대외 리스크가 증가해도 대내적으로 경제가 건실하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조개혁과 규제 혁파로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해 투자 활성화와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경제활력을 제고하길 바란다. 정치권도 올 대선을 앞두고 과도한 정쟁(政爭)으로 위기에 처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1997년에도 대선이 있었다는 점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성찰해 보아야 할 때다. 유 부총리를 위시한 경제팀의 협력과 분발을 기대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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