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24개 중 8개 최근 5년 수익률 '마이너스'
평균 총보수 1.63%…자투리펀드 청산 위험도

▲ 어린이펀드 설정액·순자산 및 수익률 현황(단위 억원, %). 자료=제로인

[일간투데이 김수정 기자] 어린이펀드 중 원금은 깨졌는데 몇년째 수수료만 꼬박 지급하는 '좀비펀드'가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자녀의 목돈을 만들어주기 위해 장기간 불입하지만 투자 수요도 적어 자투리펀드로 전락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된지 5년이 지난 어린이펀드 24개 중 최근 5년 수익률(11일 기준)이 마이너스인 펀드가 8개(33%)나 됐다.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는 7%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KB온국민자녀사랑(주식)C 5'가 5년 수익률이 -25.39%로 손실이 가장 컸고, '하나UBS아이비리그플러스적립식자[주식]ClassC5'와 '대신대표기업어린이적립자[주식]Class C1'도 10% 넘게 손실이 났다.

특히 '대신대표기업어린이적립자[주식]Class C1'는 3개월, 6개월, 1년, 2년, 3년 수익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해 성과가 부진했다. 'KB온국민자녀사랑(주식)C 5'도 최근 2~3년간 20% 안팎의 손실을 냈다.

수익률이 저조한 탓에 지난해에만 펀드자금이 1600억 이상 빠져나갔고, 이달에도 68억원이 순유출됐다.

장기간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어린이펀드는 자녀의 학자금을 마련하고 경제 교육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0년대만 해도 펀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운용사와 판매사들이 각종 이벤트를 내세워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했었지만 최근에는 새 상품을 만들지도 않는다.

운용사에 매년 지불하는 보수 역시 저렴한 편은 아니다. 어린이펀드 모든 클래스의 총 보수 평균값은 1.63%다. 0.4%로 낮은 펀드도 있었지만 대부분 1%를 상회했고, 비싼 펀드는 총 보수가 2.55%에 달했다. 주식형펀드의 평균 총보수가 1.19%인 것을 감안하면 수수료가 높은 수준이다. 중간에 환매하지 않고 수익률이 저조한 상품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었다면 원금이 깨진 상태에서 비싼 수수료만 내고있던 셈이다.

문제는 펀드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운용 중인 어린이펀드 26개 중 설정액이 100억 미만인 펀드는 15개다. 또 이 중 11개는 50억원도 안되는 소규모펀드다. 소규모펀드는 금융당국의 모범규준에 따라 수익이 나더라도 임의해지될 수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

전문가들은 자녀 금융교육 목적이 아니라면 다른 일반 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이름은 어린이펀드이지만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일반펀드와 포트폴리오가 유사하기때문이다.

NH투자증권 문수현 연구원은 "같은 모델 포트폴리오라하더라도 펀드 설정액이 작다보면 수익률이 덜 나온다"며 "어떤 실익이 있는지 따져보면 가치가 크지 않고, 청산 이슈도 있어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신상희 책임 연구원은 "자산운용사에서 운용보고서를 주는데 이 보고서가 용어가 어려워 일반투자자들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어린이펀드는 자녀 눈높이에 맞춰 그림도 넣고 쉽게 써져있어 교육면에서는 좋다"며 "하지만 장기투자를 해 자금을 모으기 위한 목적이라면 다른 일반 펀드를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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